[해외의 창/독일]채경희/철저한 유아교육

  • 입력 1997년 9월 29일 20시 43분


큰딸 윤주가 생후 2개월때 남편의 발령지인 독일로 떠나게 되었다. 친구를 사귈 때쯤 아이를 데리고 처음 찾아간 곳은 「킨더그루페」라는 4세 이전의 유아들을 위한 놀이모임이었다. 엄마들이 시에서 건물을 빌려 자영하는 곳으로 모든 활동이 엄마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 12명의 어린이로 이뤄진 이 모임은 주 4일 문을 열며 엄마 3명씩 돌아가며 당번을 맡는다. 당번엄마 중 1명이 준비해온 음식을 어린이들이 나눠 먹으면서 이야기도 듣고 식사예절도 배우게 된다. 물론 청소나 설거지 뒤처리도 엄마들 몫이다. 특별한 교육프로그램이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글씨 숫자 노래 그림 등 어느 것도 가르치지 않고 그저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도록 도와준다. 다투는 경우 중재해주고 지루해하면 놀아주는데 그친다. 엄마들이나 어린이들이나 함께하는 그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 만들기 재료도 거의 사서 쓰지 않는다. 폐품상자나 종이를 이용하고 먹어도 해가 없는 밀가루와 기름을 섞어 찰흙을 직접 만들어오며 풀도 직접 쑤어서 사용한다. 산책을 하며 주워온 나뭇잎 도토리 밤 등을 창문에 붙이거나 목걸이를 만든다. 겨울이면 솜과 종이로 산타클로스를 만들어 장식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자유방임적인 교육방법으로 보이지만 어린이의 행동에 대한 관찰은 아주 날카롭다. 두세달에 한번씩 엄마들이 「엘터른 아벤트」라는 저녁모임을 갖는데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여기서 규칙을 만드는데 독일인은 규칙의 노예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위반시에는 냉혹한 처벌을 한다. 한번은 한 어린이가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자 그 아이의 엄마가 주의를 주었고 그래도 이런 일이 계속되자 자신의 아이를 문밖으로 쫓아냈다. 30분이상 문을 두드리며 애원했지만 일정시간이 지난 뒤 다시는 말썽을 부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규제하는 교육으로부터 개인주의가 생기는 듯하다. 개인주의는 이기심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남을 존중하고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채경희(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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