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대기오염 심각…中 아황산가스,한국 뒤집어쓴다

  • 입력 1997년 9월 29일 08시 02분


인도네시아의 산불 연무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인근 동남아 국가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면서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문제가 다시 국제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산불은 건기(乾期)의 장기화로 피해면적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산불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경우 인접국들이 피해보상을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환경오염물질의 국가간 이동은 우리나라에도 발등의 불. 특히 90년대 들어 중국의 공업화와 함께 한반도로 넘어오는 오염물질이 급증하면서 피해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소 황해사업단 이미애박사는 『환경오염물질의 월경(越境)문제는 전세계에서 논란을 빚고 있고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보상 등이 국가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염물질의 월경은 특히 인도네시아 산불사태에서 나타나듯 방대한 경제적 피해를 인접국에 끼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환경연구실은 최근 「중국의 대기오염에 따른 동북아 환경문제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 침적되는 황성분의 12∼33%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같은 중국의 오염물질 이동은 2020년 한국에 6천8백억∼1조2천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적 피해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악화와 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 산성비로 인한 토양의 산성화, 농작물 및 건축물 침식피해 그리고 각종 산업피해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보고서는 또 『중국은 지난 94년 1천8백25만t의 아황산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의 11배 일본의 16배를 넘어섰다』며 『이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가 배출하는 아황산가스의 1.6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아황산가스 배출은 오는 2020년 전세계 배출량의 42%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 이와 관련, 과학기술처는 2004년까지 1백43억원을 투입, 중국 환경오염물질의 월경문제를 포함한 「황해종합조사연구사업」에 착수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오염경로나 원인을 밝히더라도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은 가해국이 나서지 않는 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경제적 피해 보상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박병관박사는 『일본은 지금까지 중국에 1백억엔(약 7백70억원)의 환경관련 재정을 지원해 대기오염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유럽국가의 경우처럼 한중일 3국이 참여하는 가칭 「동북아환경기금」기구를 구성해 재원과 기술을 공유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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