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자녀의 얼굴을 볼 시간도 없다.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비디오로 봐야했을 때가 가장 슬펐다. 사는 게 아니었다. 가족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혹심한 경쟁사회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가 이를 박차고 가정으로 돌아간 한 여성의 귀거래사가 전 미국사회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22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포기하고 가정주부로 돌아간 펩시콜라 북미담당 CEO 브렌다 반즈(42). 그는 미국 여성 최고의 연봉과 사회적 존경을 과감히 버리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택했다.
이 회사에서 두번째 고위직에 있던 그는 23일 크레이그 웨더럽 회장에게 가정에 충실하고 싶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의 능력을 아까워한 회장은 가정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그는 『일을 보면 끝내지 않고는 못배기는 성격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끝내 고사했다.
그는 『거의 매일 이른 아침부터 오후 7시반까지 일을 해왔고 일이 많은 날은 밤을 새워야 했다』며 이로 인해 『남편과 이야기할 시간도 없고 세 자녀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하루 평균 몇분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같은 회사에서 재정담당 책임자로 일하던 그의 남편 역시 아이들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 4월 회사를 사직했다.
가정에 더 충실하기 위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를 떠나는 것이 미국 사회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로버트 라익스 미연방노동장관, 유명 TV프로그래머 브랜든 타티코프도 그런 예에 속한다.
그러나 반즈부부의 가정복귀는 미국사회에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또 직장 여성도 엄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이번 기회에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