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활자 원조,고려아닌 元나라』…中학자 주장

  • 입력 1997년 9월 24일 07시 49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 인쇄를 시작한 나라는 지금까지 공인받아온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한 중국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중국과학원 자연과학사연구소 판지싱(潘吉星)연구원은 중국공산당 이론지 광명일보 23일자에 「중국 금속활자의 기원과 초기 금속활자본」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기고,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고려시대인 1377년에 간행된 파리 국립박물관 소장본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體要節)」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로 공인돼 왔으나 연구결과 중국 원(元)나라의 구리활자본 「어시책(御試策)」이 이보다 32∼36년 앞서 발간됐다고 말했다. 「어시책」은 원나라 때인1315년,1324년,1327년, 1330년, 1333년에 실시된 과거 전시(殿試)급제자들의 응시논문 13편을 모은 일종의 수험 참고서. 판연구원은 이 책이 한반도에서 생산되는 닥나무 종이로 만들어진데다 금속활자인 갑인자(甲寅字·1434년) 을해자(乙亥字·1455년)와 똑같기 때문에 당시의 조선에서 인쇄된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반박, 명(明)나라가 들어선 15세기 조선조에서 원나라의 과거시험 논문을 발간할 리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또 1333년부터 1340년 사이 두차례의 과거시험이 중단된 역사적 사실을 들어 「어시책」 간행연대를 1333년 이후 원나라 말기의 농민봉기 시작 전인 1341∼1345년으로 추정, 이 구리활자본이 독일의 구텐베르크 활자본(1455년)보다 1백여년이나 일찍 나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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