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딸 첼시,백악관 떠나 대학기숙사로…

  • 입력 1997년 9월 20일 20시 26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마음은 허전하다. 그는 19일 스탠퍼드대 신입생이 된 외동딸 첼시(17)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었다.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가면서 그는 품안의 자식을 세상 속으로 떠나보내는 다른 모든 부모들처럼 쓸쓸함과 자랑스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대통령의 자녀가 스탠퍼드대에 입학하기는 1920년대말 허버트 후버 대통령 이후 70여년만이다. 첼시가 동부의 하버드대를 포기하고 서부의 스탠퍼드대를 선택한 것도 상징성이 있다. 「실리콘 밸리」의 모태로 알려진 스탠퍼드대는 전통과 격식의 무게보다는 자유와 꿈과 젊음을 상징한다. 첼시는 앞으로 기숙사에 묵게 된다. 학교측은 경호를 이유로 첼시의 전공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고교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해 왔다. 첼시의 학교생활은 대학생 복장에 산악자전거를 타고 그의 주위를 24시간 맴돌 경호원들 속에서 이뤄진다. 학교측은 그러나 가능한 한 다른 학생들처럼 정상적이고 평범한 대학생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학신문인 스탠퍼드데일리는 이미 『기사 가치가 있을 때만 첼시에 관한 기사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첼시의 동아리 활동은 기사화하겠지만 주차위반으로 딱지를 떼였다든지 누구와 파티에 갔었다든지 하는 것들은 기사화하지 않겠다는 것. 클린턴부부는 평소에도 첼시를 언론의 관심 밖에 두기 위해 애를 썼다. 힐러리는 최근 한 칼럼에서 『내 딸은 물론 누구도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는 않았다. 모든 젊은이들이 건강하게 성숙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공간과 사생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다이애나 전영국왕세자비의 비극을 떠올리며 첼시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걱정한다. 다이애나의 비극이 있었기 때문에 파파라치나 타블로이드신문들이 첼시에 대한 접근과 보도에 자제력을 보일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클린턴은 이날 다른 학부모들처럼 왼쪽 가슴에 「빌 클린턴」이란 명찰을 달고 딸의 짐을 손수 기숙사로 옮겼다. 마이클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은 이제 (변화된) 자신의 생활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미 딸이 다니는 학교에 자주 가기 위해 보좌관들에게 캘리포니아주와 관련된 행사들을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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