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다이애나 비교]사랑 넘쳤던 삶-사랑 원했던 삶

  • 입력 1997년 9월 13일 18시 22분


성녀(聖女) 테레사수녀와 다이애나 전영국왕세자비. 전 인류의 애도속에 테레사수녀의 영결미사를 가졌던 13일, 인도 캘커타는 전날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이 청명했다. 테레사수녀는 자신이 평생 몸과 마음을 바쳤던 「사랑의 선교회」를 떠나지 않고 빈자의 삶을 죽어서라도 돌보겠다는듯 생전의 집무실 지하에 남았다. 다이애나가 친정 스펜서가문 소유의 알소프공원 인공섬, 그 수려하고 호젓한 곳에 묻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테레사수녀는 평소 입던 두벌의 수녀복만을 남겼다. 다이애나는 3백억원이 넘는 유산과 장차 왕에 오를 왕자 등 두 아들을 남겼다. 「사랑의 선교회」는 활동자금의 대부분을 테레사수녀 본인이 마련했기 때문에 앞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반면 다이애나 추모기금은 접수시작 4일만에 1천4백50억원을 넘어섰고 앞으로 1조4천5백억원까지 걷힐 것으로 예상돼 두 사람의 일생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이같은 대조적인 삶과 죽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모두 인류애를 남겼다. 한때 숱한 염문으로 눈총을 받았던 다이애나도 에이즈환자의 인권개선과 대인지뢰방지협약의 체결에 앞장서는 등 인류에 대한 사랑을 실천했다. 다만 그녀 자신은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병(病)』이라고 말했다. 테레사수녀는 『정말 심각한 가난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무서운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종류는 다를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의 고통을 알았다. 〈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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