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모부투 망명지서 최후…암악화 고통속 말년

  • 입력 1997년 9월 8일 19시 55분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의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가 7일 망명지인 모로코 라바트의 모하메드V 군병원에서 전립선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6세. 32년간 독재자로 군림하던 그는 로랑 카빌라 현 대통령이 이끄는 반군에 쫓겨 지난 5월 모로코로 망명한 뒤 극심한 고통속에서 말년을 보냈다. 사망직전 그의 체중은 40㎏도 되지 않았으며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 하루 빨리 죽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표범가죽 모자가 트레이드마크인 모부투는 탄압과 부패로 점철된 장기독재로 광물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의 부국 콩고민주공화국을 최빈국으로 전락시킨 장본인. 1930년 중부 리잘라에서 출생한 그는 60년 콩고민주공화국이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뒤 파트리스 루뭄바 초대총리 정권에서 군의 재정비를 담당하며 세력을 키웠다. 65년 두번째 쿠데타로 집권한 뒤 정적들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정당활동을 금지시키는 등 독재권력을 휘둘렀다. 집권기간중 외국원조를 착복, 40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같은 재산은 콩고민주공화국 총외채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거금. 미국 등 서방국가는 아프리카에 공산주의 세력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 모부투 정권을 지원했으나 냉전 종식과 함께 등을 돌려 모부투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전립선암까지 얻은 그는 투치와 후투족의 종족분쟁 와중에서 정권 타도를 부르짖으며 봉기한 카빌라에게 패해 병든 몸으로 망명길에 올랐다. 모로코에 머무르면서 프랑스 등지로의 망명을 모색했으나 거부당한 뒤 대부분의 독재자처럼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고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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