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다이애나 삶 비교]방법 달랐으나 베풀고 떠나

  • 입력 1997년 9월 6일 20시 31분


빈민굴의 성녀 테레사수녀와 비운의 왕세자비 다이애나. 6일 새벽 영면한 테레사 수녀와 공교롭게도 이날 장례식을 치른 전영국왕세자비 다이애나의 삶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비교가 된다.

두 여인이 세계적인 유명인사였으며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해 애썼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들의 삶과 인류애 실천방법은 아주 대조적이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도 두 여인을 비교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두 여인, 즉 멋쟁이 왕세자비와 자기를 돌보지 않았던 수녀의 죽음』이라고 말했다.

다이애나는 부자 중의 부자로 왕궁에서 지낸 반면 테레사는 빈자 중의 빈자로 빈민굴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한 사람은 보잘것없는 수녀의 신분으로 늙고 병든 몸을 이끌고 전세계 참사현장을 찾아다니며 고통받는 사람의 영혼을 어루만졌다.

낮이든 밤이든 그는 푸른 띠가 쳐진 하얀 수녀복만 입었다. 고결한 정신에 희생과 봉사로 일생을 마쳤다.

다른 한 사람은 영국의 왕세자비라는 화려한 지위와 빼어난 미모를 활용, 에이즈환자를 위한 치료기금 마련과 지뢰반대운동 등을 벌였다. 그는 낮에는 병자와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로했지만 밤이면 화려한 이브닝 가운을 입고 디너쇼에 참석하는 상류사회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남성편력도 심했다.

비록 방식은 달랐지만 테레사와 다이애나의 마음속에 있던 인류애를 실천하겠다는 염원은 똑같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생전에 각별한 친교를 나눌 수 있었다.

다이애나는 테레사수녀가 이끄는 「사랑의 선교회」 등 각종 자선단체를 후원했을 뿐만 아니라 테레사수녀를 엄마처럼 따랐다. 테레사수녀도 다이애나를 「나의 딸」이라고 말 할 정도로 아꼈다.

그래서이들은7일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치 저승에서도 봉사활동을 같이하려고 약속한 것처럼.

<윤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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