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길 이집트주재 북한대사의 최종망명지는 미국으로 굳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행이 가능한 것일까.
정부는 미국정부의 철저한 보호 아래 있는 장대사 일행의 신병처리 문제 등에 대해 미국정부와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물론 정부의 희망사항은 장대사 일행을 접촉, 이들이 한국행을 원하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자신의 수중(手中)에 있는 장대사 일행을 빠른 시일 내에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하게 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한 상태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 외무부 당국자는 26일 『장대사는 처음부터 미국행을 희망했기 때문에 한국행을 바랐던 黃長燁(황장엽)씨의 경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인사도 이날 장대사 망명과정과 관련,『이제는 대통령에게 더 보고할 것도 없으며 정부로서도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모든 것이 미국의 손에 달려 있음을 시사했다.
다시 말해 한국정부가 장대사일행의 망명의사 확인과정에 참여할 길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장대사가 북한의 대(對)이집트 미사일수출과 관련한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그를 쉽게 놓아주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정부로서는 韓美(한미)간 정보공유 차원에서 장대사 조사과정에 참여를 요청, 이를 얻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황장엽 망명사건 때 한국이 취했던 조치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장대사를 조사한 뒤 사후적 조치로 그로부터 얻은 정보를 한국측에 알려주거나 한국정부 관계자들의 장대사 면담을 허용할 것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장대사의 한국행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장대사가 처음부터 미국의 보호를 요청했고 망명지로 미국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한국행을 바랄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장대사 일행의 망명은 본인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가운데 국제관례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에서 실마리를 풀어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일행이 최종기착지로 한국을 원하더라도 한국행 성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이 장대사를 대상으로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정보를 얻은 뒤에나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 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