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쌍벽인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이 20세기 국내 기업사에 최대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아자동차 인수전(戰)에 나서고 있지만 결정적 열쇠는 미국 포드사가 쥐고 있다.
포드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아자동차 주식(자회사인 마쓰다 지분을 포함해 16.91%)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공산이기 때문.
「李健熙(이건희)삼성그룹회장이 포드의 트로트만회장을 만나 기아 주식을 시가의 3배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그러나 현대측은 『기아와 포드가 맺은 계약조건상 삼성보다는 우리가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포드는 85년 기아에 자본참여를 하면서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고 △주식을 처분할 때는 기아에 넘기며 △기아가 매입할 능력이 없거나 매입을 원하지 않을 경우엔 기아가 지정하는 제삼자에 매각한다고 약속했다.
이 계약대로라면 삼성을 철저히 기피하는 金善弘(김선홍)회장 등 기아의 현경영진이 물러나지 않는 한 삼성이 포드지분을 인수하기는 어렵다.
현대는 기아가 어쩔 수 없이 포드주식을 넘겨야 할 경우 제삼자로 지정받기 위해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등 친(親)기아 움직임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한편 채권은행단이 김회장 등의 퇴진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삼성이 포드지분을 넘겨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도 업계에서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김회장이 물러나지 않는 한 주식인수를 통한 기아자동차 경영권 인수는 지극히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기아측 핵심임원은 『삼성 등 우리를 노리는 재벌들이 포드측과 접촉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한 누구도 포드주식을 인수하지 못할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성·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