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폭탄테러범 멕베이재판]사형 찬반론 열띤 공방

  • 입력 1997년 6월 11일 19시 58분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건물 폭파범인 티모시 멕베이(29) 사건에 관련된 증인진술이 1주일째 계속되면서 미국 전체를 달구고 있다. 이달 초 유죄판결을 받은 멕베이는 증인진술이 끝나면 배심원들의 형량심리를 거쳐 만장일치로 「사형」아니면 「종신형」을 선고받게 돼 있다. 멕베이의 증인진술은 미국인 테러범으로서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최초의 사례. 테러 희생자들의 유족과 생존자들이 법정에 나와 테러가 찢어발긴 자신들의 아픈 삶을 생생히 증언한 것도 유례가 드문 일이다. 멕베이를 사형시키기를 원하는 45명에 달하는 검사측 증인진술이 처음 시작된 지난4일 콜로라도주 덴버의 법정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리처드 매치판사도, 12명의 배심원들도 모두 흐르는 눈물을 닦아야 했다. 『17세 때 처음 만난 그는 나의 남편이기 전에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어요. 그를 잃고 사는 것은 마치 왼팔 없이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남편을 잃은 파멜라 수전 위처) 『저는 20여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음식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귀여운 손녀도 안을 수가 없습니다』(수전 월튼) 그러나 딸을 잃은 버드 웰치가 지난9일 발간된 주간지 뉴스위크에 사형선고 반대를 호소하는 글을 기고, 멕베이 재판은 사형제도 자체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웰치는 『살인자를 죽인다고 해서 내 딸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며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믿음은 살인마의 생명조차 소중히 함으로써 딸아이를 포함한 모든 인간생명의 존귀함을 굳게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윌리엄 스카일스테드 주교와 시민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등이 곧바로 웰치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고 사형제도 폐지를 주창하는 인권단체들도 가세하고 있는 중이다. 〈윤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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