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는 14일 러시아 화물선이 지난달 4일 워싱턴주 근해에서 순찰중이던 캐나다 군용헬기에 레이저 광선을 발사, 조종사와 미 해군장교를 부상케 한 사건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레이저 광선이 「실전」에 사용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사건의 배경에는 핵잠수함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첩보전까지 자리잡고 있어 마치 007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미 국방부도 사건발생 자체를 극비에 부쳤으나 워싱턴타임스지의 특종보도로 사건전모가 드러났다.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은 「러시아 화물선 카피탄 맨호가 미 핵잠수함 오하이오의 동향을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스파이활동 중에 이같은 사건을 일으켰다」는 타임스지의 보도를 확인하면서 『미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이 사건이 레이저광선 사용에 관한 국제협정을 위반한 것인지의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국무부의 니컬러스 번스 대변인도 『러시아에 공식적인 항의의 뜻을 전달했으며 러시아 정부도 조사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달 4일 미국과 캐나다의 합동근무협약에 따라 캐나다 해군의 CH124헬기가 워싱턴주 주안 드 푸카해협에서 화물선으로 위장한 러시아의 맨호를 추적하면서 시작됐다.
핵잠수함 오하이오를 추적하던 맨호는 접근하는 헬기를 향해 레이저 광선을 발사, 미 해군의 잭 댈리 중위와 조종사의 시력을 잃게 했다.
미 해군은 곧 맨호를 나포, 샅샅이 뒤졌으나 레이저 발사장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러시아인들이 은밀한 곳에 숨겼거나 바다에 버렸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달 9일 댈리 중위의 시력이 회복된 뒤 할 수 없이 맨호를 풀어줬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