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두쇠 5명,사회에 거액기증「자선」…美紙 특집

  • 입력 1997년 3월 15일 19시 56분


뉴욕 맨해튼의 월세 4백50달러짜리 남루한 아파트에 살던 앤 스카이버 할머니가 지난해 1백1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숨지기 전 무려 2천2백만달러의 거금을 예시바대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던 할머니가 그토록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큰 뉴스였지만 여자대학과 의과대학에 사용해 달라는 단 한가지 조건만을 내세운 채 거금을 쾌척한 마음이 뭇사람을 더 놀라게 했다. 50년전 투신사에 넣은 5천달러가 거금으로 불어났으나 스카이버 할머니는 평생 투신사 계좌에서 한푼도 꺼내 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지는 13일 평생 구두쇠로 살아온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엄청난 돈을 사회단체에 기증한 사례를 모아 특집으로 보도했다. 에디트 아그네스 플럼(여)도 투데이지에 소개된 5명의 「기인」중 한 사람. 그는 작년에 9천8백만달러를 네군데 병원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워낙 검소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사후 은행 비밀금고에서 거액의 주식이 나오자 주변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레이몬드 페이는 은퇴 후 26년동안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에서 누더기를 걸친 채 TV나 전화도 없이 책만 읽다가 작년에 세상을 떠났으나 공공도서관에 1백50만달러를 기증하는 미담(美談)을 남겼다. 볼티모어의 황폐한 가옥에서 살다가 2년전 세상을 떠난 올리브 스윈들러 할머니 역시 4백80만달러를 청각장애 학교에 기증했다. 이 사람 역시 어찌나 구두쇠였는지 한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았고 마당의 잔디마저 손수 깎았다. 말년에는 잔디를 깎지 못해 우거진 잡초 때문에 집이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독신으로 팔십평생을 살다가 작년에 세상을 떠난 매리 맥긴스 할머니도 전재산 1백40만달러를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라디오 한대도 없이 살아온 그녀는 장식용으로 사용한 무쇠난로속에 50만달러의 현금을 별도로 남겨놓아 이웃을 놀라게 했다. 미국내 심리학자들은 이들 기인이 모두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내 돈을 헤프게 쓰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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