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설명회 결산]4자회담 『희미한 불빛』

  • 입력 1997년 3월 7일 08시 21분


[뉴욕〓이규민특파원] 5일 열린 설명회에서 북한은 4자회담 참석여부에 대한 입장을 미루었다. 한국은 『상황이 긍정적』이라 평가했고 미국측은 『북한의 진지한 태도를 볼 때 언젠가는 (4자회담)테이블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이번 설명회에서 북한측은 종전의 남북 또는 北―美(북―미)회담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자세를 보였다. 북한측 수석대표인 金桂寬(김계관)외교부부부장은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볼 때 우리가 설명회에 참석한 것은 큰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黃長燁(황장엽)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남한측과 자리를 함께 하는데 용기가 필요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柳明桓(유명환)외무부북미국장은 『북한측이 한미 양국의 설명에 대해 열심히 메모를 하기도 했고 휴식시간에는 한국대표들과 어울려 다과를 들면서 자연스럽고 우호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며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그들이 우리측 설명에 대해 따지거나 격앙된 상태로 질문을 하지도 않았고 끝까지 경청한 후 현실적인 몇가지 질문을 했을 뿐』이라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북한의 속마음에 대한 분석은 한국대표단 내에서도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경제난과 기근 등으로 심각한 상태에 있는 북한이 4자회담에 참석, 미국의 각종 제재완화를 유도하고 한국으로부터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고는 북―미회담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계산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때문에 온순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4자회담 참석여부는 북―미회담 이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자회담으로 가는 길, 또 본회담이 열리더라도 타결되기까지 가야 할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데는 대부분의 관계자가 동의하고 있다. 경수로지원을 위해 북한과 끈질긴 협상을 벌여왔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외교는 투쟁과 쟁취가 기본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4자회담으로 가는 길에는 북한의 무수한 요구가 쏟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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