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자회담 中배제」배경]『한국 편들면 큰일』판단

  • 입력 1997년 3월 6일 19시 56분


[문철기자] 북한이 5일 열린 4자회담 공동설명회에서 「韓―中(한―중)관계와 北―美(북―미)관계의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중국의 4자회담 참여에 불만을 표시한 것은 크게 두가지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중국에 대한 강한 불신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족통일연구원 全賢俊(전현준)북한연구팀장은 『북한은 중국이 4자회담에서 한국편을 들 경우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쪽으로 기울어 이른바 「3대1구도」가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얘기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은 『북한지도부가 한―중수교 이후 외교관들에게 중국을 절대 믿으면 안된다고 말해왔다』는 귀순 외교관들의 잇단 증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따라서 북한이 향후 4자회담에 대한 수정제의로 3자회담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3자회담은 「2대1구도」로 비쳐져 북한으로서는 도중에 회담 자체를 깨더라도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그동안 간간이 3자회담을 원한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黃長燁(황장엽)비서는 지난해 일본방문중 『북한은 남북한과 미국의 3자회담을 개최할 용의를 갖고 있으며 이미 중국측의 양해를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번째로 북한은 중국배제에 이어 한국마저 따돌림으로써 북―미 양자만이 평화협정 체결문제를 논의하는 틀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설명회에서 남북은 이미 불가침협정이 있으므로 북미평화협정만 체결하면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康仁德(강인덕)극동문제연구소장은 『한국은 남북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구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북―미가 당사자라고 주장해왔다』며 『따라서 이번 설명회에서 북한의 주장은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이번 주장에는 얼마만큼의 무게가 실려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4자회담 자체를 완전히 거부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이런 주장을 했을 가능성은 적은 편이라고 보고 있다.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경제지원이 걸린 4자회담을 과감히 차버리기 힘든 상황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한미 양국 특히 미국으로부터 「더 큰 떡」을 얻어내기 위해 4자회담이 비관적임을 강조하려 했을 공산이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주장에 휘말리지 말고 일단 기존의 4자회담을 원래의 틀대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현준팀장은 『그러나 만일 북한이 3자회담을 강하게 고집할 경우 그것이 한국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확실한 보장하에 참여여부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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