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기자] 한국과 일본의 전형적 어머니상(像)을 한 무대에서 비교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오는 5월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한일국제연극제에서는 「어미」라는 제목으로 두 나라의 연극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두 나라의 대표적 연출가와 배우가 참여하되 한국의 어머니는 교포 출신 배우가, 일본의 어머니는 한국배우가 맡기로 되어있다. 현대예술극장(대표 최불암)기획.
한국의 「어미」는 한국적 정서를 토속적 언어와 몸짓, 다채로운 기법으로 그려온 오태석씨가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연기는 우리 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교포 3세 배우 이여선씨가 우리 말로 연기한다. 군에서 억울하게 죽은 자식을 둔 해녀의 사연을 소재로 했다.
어머니가 군에서 휴가나온 아들에게 미역국을 끓여먹이기 위해 채취금지 시기에 미역을 따다 마을에서 사형(私刑)을 받는다. 벌을 받으면서도 어머니는 『아가, 보믄 못쓴다. 어미는 괜찮다.저리 가거라, 잉』했으나 그 모습을 다 보고 귀대한 아들때문에 목이 멘다. 아들은 다시 군대로 돌아가나 죽었다는 소식이 어머니에게 전해진다.
엄청난 충격에 빠진 어머니는 죽은 아들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영혼 결혼식을 올려준다. 일신의 고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내고야마는 전통적 어머니의 모습이 표현된다.
이노우에 히사시가 쓴 일본의 「어미」는 일본신극 최고의 연출가로 꼽히는 기무라 고이치 연출로 우리나라의 김금지씨가 연기한다.
삼류신파극단 단장인 어머니가 분장실에 앉아 극단을 살리기 위해 핏덩이 자식까지 버리고 「개처럼 기면서」 살아온 사연을 객석에 털어놓는다는 내용.
『남편잃고 빚은 산더미같고 단원들 먹여야 하고…내가 오죽했으면 우리애를 버렸겠느냐』고 절규하던 어머니는 아들이 TV스타로 성장했음을 알고도 자신이 생모임을 끝끝내 감춘다.
일본의 「어미」를 연기하는 김금지씨는 『「내 새끼」를 위해서라면 무슨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한국의 어머니라면 「남에게 폐끼치는 일」을 삼가는 일본의 어머니는 자식이라도 어떤 명분에 장애가 된다면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면서 『두나라의 모성을 비교해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