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북경 현지표정]수양딸『생명위협』호소

  • 입력 1997년 2월 19일 20시 17분


○…북경 조양구(朝陽區) 21세기반점(飯店·호텔) 3층에서 매주 일요일 열리던 북경 한인교회의 주일예배가 북한측의 테러를 우려한 중국 공안당국의 불허방침으로 오는 23일 예배를 할 장소를 찾지 못해 한인신자들은 당분간 가정에서 예배를 보아야 할 듯. 이 교회에서 예배를 보아온 한 신자는 공안측이 지난 주일 예배 이후 예배장소를 제공해온 반점측을 통해 한인교회와 한인천주교회 등에 간접적으로 주일예배를 금지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차피 이 반점이 3월초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참가자들의 숙소로 징발된 만큼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겠다고 고충을 토로. ○…북한측 감시요원들이 3일째 나타나지 않고 있는 주중(駐中)한국대사관 영사부주위에는 황장엽(황장엽)비서의 건강이상설과 병원후송설 등 루머가 나도는 가운데 이날 장갑차 2대가 추가배치되고 공안원들에게 방탄복이 지급돼 관심. 또 중국당국의 보도불허방침으로 황비서사건을 취재하지 않던 중국의 국영 CCTV 카메라팀 2명이 공안의 허락을 받아 그동안 다른 취재진에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던 경찰저지선 너머 건물촬영을 하자 이 사건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편 영사부주위에는 황비서사건에 대해 「소문」을 전해들은 북경시민들이 몰려나와 공안이 경비하는 모습과 진을 치고 있는 취재팀을 구경하는 모습. ○…북한이 황비서 망명을 묵인할 것을 시사한 뒤 북경은 전보다 긴장이 훨씬 완화된 분위기이지만 중국공안당국은 북한에 의한 테러가능성에 대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 중국공안은 19일 한국회사가 진출한 북경시내 사무실을 일일이 돌면서 직원들의 신분증을 복사해가는 한편 직원들의 안전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요청. ○…황비서의 수양딸인 중국 요령성 심양 M경제무역공사 경리 朴(박·34)모씨가 황비서 망명사건에 휘말려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조선족인 그녀는 양아버지인 황비서의 망명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때문에 사업까지 엉망이 됐다는것. 지난 18일 북경주재 일부 언론사 사무실에 전송돼온 익명의 자료는 황비서 망명 이틀전인 10일에서 망명 당일인 12일까지의 박씨의 행적을 간략히 적고 『현지의 많은 기업인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자료는 황비서가 망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로 이번 일본방문 기간중 그가 金正日(김정일)에게 불만이 많고 남조선 사람들과 접촉이 잦은 것같다는 정보가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북경=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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