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北 망명 허용시사]美-日전문가 시각

  • 입력 1997년 2월 18일 20시 10분


[워싱턴〓이재호특파원] ▼셀리그 해리슨(우드로 윌슨 센터 선임연구원)〓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계속하고 싶어한다.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식량지원과 경제제재 해제 등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카길사와의 곡물수입협상 지연을 이유로 4자회담 공동설명회를 연기했다가 「카길사와의 협상에 개입할 수 없다」는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알게 됐다. 북한은 (이를 통해) 대화가 중단되면 불리한 쪽은 자신들이란 것을 느끼게 됐다. 북한은 따라서 황의 망명을 허용함으로써 공동설명회 개최를 위한 기초를 다시 다지려 하고 있다. 공동설명회는 조만간 열리게 될 것이다. 북한의 관심은 물론 공동설명회에 뒤이어 있을 北―美(북―미)간 회담에 있다. 그들은 이 회담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많은 것들을 미국측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티븐 린튼(유진벨재단 이사장)〓북한은 융통성있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중국과의 관계도 두텁게 만들고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순조롭게 진행시켜 나가며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체제의 탄력성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으려 하는 것 같다. 북한이 이처럼 입장을 바꾼데에는 한국정부도 원인의일단을 제공했다. 한국은 이번 망명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조금 성급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중국은 물론 미국과도 사전 협의를 안하고 사건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도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북한은 따라서 (역으로) 융통성을 보임으로써 한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북―미관계는 어떤 면에선 황장엽 망명사건 이전 보다 더 활기있게 진전될 가능성마저 있다. 지난달 말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사회의 분위기는 식량난의 원인을 홍수와 농업정책의 실패에서 찾기 보다는 차츰 「외세의 음모」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가고 있어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북한의 입장변화는 이런 식량난과도 무관하지 않다. [동경〓윤상참특파원] ▼고마키 데루오(小牧輝夫)아시아경제연구소 연구주간〓북한이 黃長燁(황장엽)비서의 망명사건과 관련, 「배신자는 어디든지 가라」는 공식 반응을 보인데 대해 중국은 일단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는 쪽으로 처리 방향을 잡을 것이다. 황비서가 오랜 기간 북경에 머무를 것이라는 정보도 있지만 한국 중국 미국 등이 모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원칙을 표명했기 때문에 문제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 에너지지원 등을 이미 약속해 놓았기 때문에 계획에 따라 「북한 달래기」와 우호관계 유지를 함께 추구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미국 역시 북한이 핵협약 등을 이행하는 한 경수로지원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 「기본 틀」을 지켜나가면서 예정대로 북한관계를 진전시켜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황비서의 미국행이 이뤄질 가능성 아래 미루어 생각해도 미국의 북한에 대한 「소프트 랜딩」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것이며 北―美(북―미)관계가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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