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기자] 북한 노동당 黃長燁(황장엽)비서의 망명을 놓고 남북한의 외교전이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측은 「중국 인맥」을 대거 동원, 비공식 외교채널을 통한 대(對) 중국 「압박공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혁명 1,2세대를 중심으로 한 한국전쟁 참전세대들은 아직도 북한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황의 망명과 같은 정치적 사건의 처리에 이들 원로그룹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중국정치의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측의 이같은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한다』며 『혁명3세대인 江澤民(강택민)국가주석 등 현 집권층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외교사안에 대해서는 당 원로들의 견해를 무시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정부가 황의 망명을 「남북한간의 문제」로 규정하고 처리과정에서 「한반도 정세안정」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떠오르는게 중국의 혁명1세대로서 북한과 끈끈한 유대를 맺어온 원로 정치그룹인 「8로(老)」. 이들은 상당수가 사망하거나 병석의 鄧小平(등소평)처럼 정치적 영향력이 현저히 쇠퇴했지만 생존자인 彭眞(팽진) 薄一波(박일파) 등에 대해서는 일단 북한의 접근이 예상된다.
다음은 劉華淸(유화청)중앙군사위 부주석과 楊得志(양득지)전인민해방군총참모장 등을 비롯한 군벌세력. 한국전쟁 참전세대인 이들은 북한과 남다른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양백빙 중앙정치국위원과 이복형제간인 楊尙昆(양상곤)전국가주석도 지금은 막후에 물러나 있지만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張震(장진)중앙군사위 부주석도 북한과는 끈끈한 맥이 닿아 있다.
이들에 대한 북한의 접촉창구로서는 역시 한국전쟁 참전세대인 崔光(최광)인민무력부장과 李乙雪(이을설)호위사령관 趙明祿(조명록)군총정치국장, 白鶴林(백학림)사회안전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안의 긴박성에 비추어 李鍾玉(이종옥) 朴成哲(박성철)부주석이 직접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한 외교전문가는 『황의 망명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국제관례에 따른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북한은 공식적인 외교경로를 통해서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인맥을 동원한 「비공식 카드」에 관한 한 우리가 현저한 열세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