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공종식 기자]
○…중국관영매체는 그동안 북한노동당 黃長燁(황장엽)비서의 망명사실을 거의 보도하고 있지 않아 조선족들이 밀집해있는 연변조선족자치구에는 황비서의 망명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연변지역의 지도급 조선족 인사들은 북경에 있는 조선족들을 통해 황비서 망명사실을 연락받아 대부분 알고 있으며 사태의 추이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선족 지도급인사는 『지난해 평양에서 황비서를 접견한 적이 있는데 그가 망명했다니 충격적인 일』이라고 놀라워하면서 『한국측이 이 사건을 신중하게 처리, 돌발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 길림성 연길시의 한 공안관계자는 15일 전화통화에서 『연길에 진출한 북한인들의 본부격인 금강원식당이 갑자기 13일 문을 닫고 본국으로 철수한 것으로 봐서 북한당국도 황비서의 망명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경〓윤상참 특파원]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는 황비서의 망명요청과 관련, 공식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조총련은 다만 지난 12일 망명요청 소식이 알려진 직후 『황비서가 북경을 출발해 평양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가 3시간 뒤 『남조선(한국)대사관에 있는게 사실이라면 명백히 적에게 납치된 것이다』고 수정 발표했었다.
조총련은 외부와의 접촉을 피한 채 중앙본부에서 각 지방본부에 「황비서 사건에 대한 북한외교부 대변인 회답」형식의 내부 공문을 보내 대처하도록 지시했다.
[모스크바〓반병희 특파원]
○…황비서의 망명은 그의 성품으로 볼때 『북한체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기 시작한 신호』라고 그와 오랫동안 교분을 나눠온 러시아거주 한인들은 밝혔다. 50년대 초반 황과 모스크바대에서 함께 공부했던 한막스씨(71·전공산청년대교수)는 『그의 망명은 일부 주체사상주의자들이 북한을 파국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대 역사학부 동양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당시 대학원생이던 황과 교분을 나눴던 박미하일교수(79·모스크바대 한국어과)는 『황의 망명은 한반도 역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체제의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