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극]20명 추가 석방…한국인 이명호씨 포함

  • 입력 1996년 12월 29일 15시 41분


페루 리마의 日대사관저에서 11일째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좌익 叛軍들은 28일 한국인 李明浩씨(32.日미쓰비시상사 파견사원)를 포함한 20명의 인질을 추가 석방했다. 투팍아마루 혁명운동(MRTA) 반군측은 이날 오후 4시55분(한국시간 29일 오전 6시55분) 1차로 3명을 석방한 뒤 곧이어 17명의 인질들을 내보냈다. 이날 석방된 인질 가운데는 말레이시아의 아메드 모흐타르 셀라트 대사와 도미니카 공화국의 호세 디아즈 발데파레스 대사, 그리고 한국인 교포 李明浩씨가 포함됐다. 일본인 9명 등 풀려난 인질들은 적십자 요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관저밖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청색 스쿨버스편으로 국립경찰병원에 도착, 간단한 의료 검진을 받았다. 이로써 일본 대사관저에 억류중인 인질은 1백3명에서 83명으로 줄었다. 이날 추가 인질석방은 앞서 반군측과 정부측이 첫 접촉을 가진 뒤 이뤄진 것으로 인질사태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 정부측 협상대표로 반군과 접촉한 도밍고 팔레르모 교육부장관은 인질들이 추가 석방된 뒤 "이번 엄청난 사건을 풀기위한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팔레르모 장관은 중재자로 활약하고 있는 미셀 미니그 페루 적십자사총재와 후안 루이스 시프리아니 가톨릭 주교의 안내로 대사관저에 들어가 반군대표와 만나 2시간가량 협상을 벌였다. 반군들은 이날 석방된 엔리크 펜다비스 페루 수출인협회회장이 대신 읽은 성명을 통해 자신들은 "대화와 대사관저 무사 탈출"을 통해 사태의 해결을 바라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MRTA는 또 대치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거듭 전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왜 이같은 극단적 상황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으며 수감된 동료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되새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日王탄생 축하연을 열리고 있던 대사관저를 무장 난입, 각국 대사와 페루 정부 요인등 5백여명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고 있는 반군들은 수감중인 4백40명의 동료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반군들이 무기를 버리고 인질들을 전원 석방하지않는 한 어떠한 협상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현재 대사관저에 억류중인 83명의 인질 중에는 일본의 아오키 모리히사, 볼리비아의 호르헤 구무시오, 온두라스의 호세 에두아르도 마르텔 등 3명의 외국 대사를비롯, 프란시스코 투델라 페루 외무장관 등 정부요인과 후지모리 대통령의 동생이 남아있다. 한편 페루 경찰은 이날 60일 시한부 비상사태가 발효중인 수도 리마에서 日대사관저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벌여 MRTA와의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3명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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