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사태-왕자 외도說,日王 우울한 63세생일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東京〓尹相參특파원」 23일은 일본의 아키히토(明仁)왕이 63세가 되는 탄생일이다. 일본의 법정공휴일인 이날 관련 공식행사는 일절 거행되지 않았다. 일왕은 지난 19일 미리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페루 일본 대사관저를) 방문했던 많은 사람이 인질이 돼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사태가) 평온하게 해결돼 하루빨리 인질들이 무사히 석방되길 바란다』며 이례적으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원래 일왕은 헌법상 「국정에 관한 권능」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을 미치는 발언은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페루 대사관저 사건에 대해 그냥 넘어 갈 수는 없었다. 일왕은 페루 사태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올 한햇동안 일본 국민을 내내 괴롭혔던 병원성대장균 「O―157」에 의한 집단식중독사건을 비롯해 공무원들의 오직(汚職)사건 등에 대해서도 걱정과 우려를 나타냈다. 왕가 입장에서는 이러한 「외환」(外患)에 「내우」(內憂)까지 겹쳐 우울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아키시노미야(秋篠宮)둘째 왕자가 여자문제로 구설수에 올라 주간지에 대서 특필되자 궁내청이 기사정정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이와 관련 일왕은 회견에서 기사내용을 부인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에는 마사코(雅子)왕세자빈이 결혼후 처음으로 단독 기자회견을 자청, 언론의 보도태도가 극단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등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녀는 결혼한 지 3년반이 넘었으나 아직 아이 소식이 없어 우울증에 걸렸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둘째 왕자도 딸만 낳아 왕실은 아직 후대를 이을 아들이 태어나지 않았다. 23일 페루에서는 인질 2백25명이 풀려나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무장 게릴라들의 일 대사관저 난입사건은 당분간 일 왕가를 짓누르는 부담으로 남아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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