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李東官특파원」 페루 주재 일본대사관저를 점거,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 게릴라들이 매우 지능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언론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는 점. 이들 게릴라들은 대사관저 점거 후 지역 라디오 및 민방 TV를 이용해 수시로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인질로 붙잡혔다가 석방된 영국 BBC방송의 여기자에게는 페루정부에 대한 요구내용을 나가서 밝히도록 부탁까지 했다.
또 이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투옥된 동료의 석방 등 4개항의 요구도 언론기관에 팩시밀리로 보내졌다.
이들의 언론활용 기술의 백미는 지역 민방TV에 현장 가까이에 접근, 24시간 생중계를 할 수 있도록 자진해 요구한 것. 결국 생중계가 이루어짐으로써 이들은 방안에 앉아 관저주위에 접근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19일 캐나다 독일 등의 5개국 대사를 석방시켜 중재역을 맡도록 한 것도 이 사건을 더욱 전세계의 주목을 끌도록 만든 요인이 됐다는 게 일본언론들의 분석이다.
일외무성측은 인질의 숫자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도 내부사정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게릴라들의 작전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질의 숫자는 18일 낮 아오키 모리히사(靑木盛久) 대사가 NHK와의 첫 회견에서 8백명이라고 밝혔으나 후지모리 대통령이 이날 오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총리에게 전화, 2백명이라고 밝혀 이것이 정설로 굳어지는듯 했다. 그러나 이 직후 범인들은 로이터 통신에 팩시밀리를 보내 인질숫자가 2백50명이라고 밝혔다가 19일 오전에는 페루정부와 언론기관들에 일부 대사들의 서명까지 받은 팩시밀리를 보내 인질숫자를 4백90명이라고 늘려 발표했다.
범인들은 이밖에도 상황변화에 따라 『페루 외무장관을 처형하겠다』 『일대사관원을 차례로 처치하겠다』고 위협을 가하다가 일부 인질을 석방하는 등 강온양면의 작전을 병행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범인들의 치밀함과 지능적인 수법이 이번 사건의 장기화를 예상케 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