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MD社합병 안팎]

  • 입력 1996년 12월 16일 08시 02분


미국의 양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MD)가 마침내 합병키로 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양사가 합병하면 민간 및 군용 부문을 모두 합쳐 연간 외형이 3백50억∼4백8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기 제작사가 탄생하게 된다. 종업원만도 약 18만5천명에 이르게 된다. 올초부터 내부적으로 진행돼온 양사간 합병 협상은 지난달 미국 국방부가 차세대 전투기 제조업체를 선정한 것과 때를 같이 해 결정적인 국면을 맞았다. 보잉과 록히드 마틴사가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서 MD가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MD는 최종 발주 규모가 무려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 탈락함으로써 존립 기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방산 수요의 급격한 감축과 민간 항공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휘청거리던 터였기 때문이다. 양사의 합병 협상은 순탄치가 않았다. 자산 가치가 2백70억달러로 평가되는 보잉이 1백2억달러 상당의 MD를 흡수하면서 인정해야할 「프리미엄」과 관련, 심각한 이견이 노출됐다. 또 MD의 해리 스토네치퍼 회장에게 어떤 자리를 보장해야 할지를 놓고도 쉽사리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자리 문제는 결국 필 콘디트 보잉 회장이 합병사의 1인자가 되고 스토네치퍼는 2인자가 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업계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보잉과 MD는 그간 합병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줄다리기를 하면서도 「비즈니스 연계」를 강화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달초 마무리된 민항기 공동 개발건. 내년 1월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될 예정인 이 계획에 따르면 양사는 보잉 747의 후속 기종을 같이 생산키로 했다. 양사는 또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 생산 연구에도 파트너로 공동 참여하고 있으며 이밖에 내용이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몇몇 프로젝트에서도 「한 배」를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항공기 시장의 점유율은 보잉이 60%로 압도적이며 유럽 업체들의 컨소시엄인 에어버스가 34%, 그리고 MD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따라서 보잉과 MD가 합병되면 에어버스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될 것임이 분명하다. 보잉은 더욱이 얼마전 아메리칸 항공과 계약을 해 구매 의사분까지 포함, 모두 66억달러어치의 민항기 1백3대를 주문받아 놓고 있는 상태다. 보잉과 MD의 합병은 향후 항공기 시장전이 미국과 유럽간의 맞대결로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뉴욕〓李圭敏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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