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커 맘」-日「파크 맘」…극성 치맛바람

  • 입력 1996년 11월 20일 20시 23분


「워싱턴〓李載昊특파원」 미국에는 「사커 맘」(soccer moms)이 있고 일본에는 「파크 맘」(park moms)이 있다. 「사커 맘」은 우리말로 옮기면 「축구 엄마」고 「파크 맘」은 「공원 엄마」다. 「축구 엄마」란 주말 축구교실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열성 주부를 지칭한다. 미국은 마을마다 청소년 사회체육의 하나로 축구교실이 개설돼 있다. 아이들은 학년별로 혹은 연령별로 팀을 만들어 축구를 한다. 90년대 들어 북미대륙을 휩쓸기 시작한 축구열이 전국 어디를 가나 축구교실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축구경기에는 어머니들이 따라오게 마련. 주말이면 경기장마다 응원나온 30,40대의 어머니들로 붐비더니 급기야는 올해초부터 이들에게 「사커 맘」이라는 애칭이 붙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미국의 언론은 어느새 이들 「사커 맘」을 지역공동체의 유지, 발전에 없어서는 안될 새로운 구성원으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의 일에 적극적이며 정치와 사회활동에 대한 참여의식도 높아 공동체문화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것. 「파크 맘」은 워싱턴 포스트지(18일)에 따르면 패거리를 이뤄 고장의 공원을 장악한 소수의 일본 어머니들을 지칭한다. 공원의 터줏대감격인 이들 「파크 맘」들은 공원의 규칙을 만들고 새로 공원에 출입하기 시작하는 신참들에게 복종과 규율을 강요한다. 이사를 와 새로 공원에 나오게 된 주부들은 맨먼저 「파크 맘」의 승인을 얻어야 공원생활을 마음놓고 즐길 수 있다. 국토가 좁은 일본 사회에서 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더욱이 주부들 중 많은 수가 부업을 갖지 않고 집을 지키는 일본에서 주부들에게 공원이란 유일한 쉼터요 탈출구다. 「파크 맘」들은 「공원에서 연장자를 본받으라」 「겸손하라」 「생소한 사람은 조심하라」는 등의 규율을 만들어 놓고 이를 지키지 않는 신참 출입자는 공원출입을 못하게 하는 등의 「횡포」까지 부리고 있다. 「파크 맘」은 일본인의 강한 위계질서의식, 단체지향성을 상징한다고 워싱턴 포스트지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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