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우리말 쓰세요』영어전쟁

  • 입력 1996년 10월 29일 20시 23분


연간 수십억 내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영어교습시장에서 아메리칸 잉글리시(미국식 영어)와 브리티시 잉글리시(영국식 영어)가 「양보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다. 돈과 국가적 명예가 걸린 영어교습전쟁에서 미국과 영국은 각기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유럽에서는 영국식 영어가, 남미 각국에서는 미국식 영어가 안방을 차지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에서는 양측이 혼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최근 수년동안 미국식 영어표현이 인터넷과 각종 전산망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미국식 영어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특히 다국적 기업의 비즈니스 용어가 미국식 영어로 통합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 듀크대의 언어학교수인 로널드 버틀러스박사는 『미국식 영어가 수적인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미국 경제의 막강한 영향력이 미국식 영어를 확산시키는 견인차』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영국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브리티시 카운슬은 최근 「잉글리시 2000」 프로그램을 개발, 세계 90개 언어로 운영되는 영어교습소에서 영국식 영어의 확산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들어 남미와 일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영국식 영어가 미국식 영어를 밀어내는 역전현상도 눈에 띈다. 양측의 「교전상황」을 몇몇 지역별로 보면 러시아에서는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미국식 영어가 널리 보급되고 있다. 미국 영화나 음악 등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되는데 그러나 대학 등 정규 교육기관에서는 영국식 영어의 교재가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나라마다 선호가 엇갈린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국식 영어의 뿌리가 깊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호주와의 관계 때문에 영국식이 많이 통용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유럽 각국의 반응. 일부에서 미국식 영어가 좀 더 현대적이라고 받아들이는 반면 영국식 영어를 유럽의 자존심과 결부시키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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