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남성 생식 능력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워릭 의과대학과 코번트리·워릭셔 대학병원 연구자들이 공동 수행한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에 따르면 GLP-1 약물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이고 정자의 질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15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내분비학회 연례 학술 대회(ENDO 2026)에서 발표됐다.
연구진은 현재 근거 수준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검토한 임상시험들에서는 당뇨병 치료 및 체중 감량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GLP-1 계열 약물을 투여받은 18~65세 남성 참가자들에게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가고 정자 수와 형태가 개선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GLP-1 약물과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 모두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였지만, 정자 질 개선은 GLP-1 투여군에서만 관찰됐다.
난임은 세계적인 문제이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조사에서는 약 15~18%의 부부가 난임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된다.
고령 임신 증가, 비만, 생활습관 변화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난임은 피임 없이 규칙적으로 성관계를 가졌음에도 12개월 동안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로 정의된다. 절반 정도는 남성 쪽 문제로 추정된다.
비만 치료제의 뜻밖의 효과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연구를 주도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영국 워릭 의과대학의 내분비내과 전문의 프라티바 나테시(Pratibha Natesh) 박사에 따르면 GLP-1 약물 사용으로 흔히 나타나는 체중 감량은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한 호르몬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소개한 네이처 뉴스에 따르면, 비만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대표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 세포에는 테스토스테론을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로 전환하는 효소가 많이 존재한다. 비만할수록 이러한 과정이 활발해져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감소할 수 있다.
또한 비만으로 인한 만성 염증과 대사 이상 역시 테스토스테론 생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체중 감량과 대사 건강 개선이 이 같은 악순환을 끊어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생식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테시 박사는 이번 결과가 특히 비만과 저테스토스테론증을 동시에 가진 남성, 그리고 임신을 계획 중인 남성의 진료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저테스토스테론증은 성욕 감소, 우울감, 근육량 감소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나테시 박사는 “저테스토스테론 환자라면 우선 생활습관 개선과 체중 감량, 필요할 경우 비만 치료제를 통해 비만을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일 수 있다”며 “많은 경우 이것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회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상의들에게도 “비만과 저테스토스테론증이 있는 환자를 진료할 때는 테스토스테론을 바로 처방하기보다 비만과 대사 건강 문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은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일 수 있지만 정자 생성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비만 또는 과체중 남성만을 대상으로 수행됐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되면 GLP-1 약물이 남성 난임 치료에 있어 기존의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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