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호흡곤란 환자, 광역상황실 가동 14분만에 광주 병상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6일 04시 30분


광주전라 응급이송 시범사업 현장
지역내 모든 응급환자 실시간 공유
최종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라도… ‘우선 수용 병원’ 이송해 초기 처치
운용 한달 응급실 ‘표류 환자’ 0건

1일 광구 동궁의 ‘광주전라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3월부터 시행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의 운영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일 광구 동궁의 ‘광주전라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3월부터 시행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의 운영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지난달 30일 오후 9시경 ‘광주전라 광역응급의료상황실’(광역상황실)에는 전남 완도군에서 피를 토하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는 50대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119구급대원들이 전남과 광주 지역 응급실 3곳에 연락했지만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고를 받은 상황실 직원 7명이 여러 병원을 수소문해 14분 만에 광주의 한 응급의료센터에 병상을 확보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사업’을 시작한 광주와 전남, 전북에서는 지난 한 달간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표류 환자’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 사업은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중증 응급환자는 광역상황실이, 비중증 환자는 구급대원이 이송 병원을 찾는 게 핵심이다. 세 지자체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별 맞춤형 이송 지침을 마련했다.

● 시범사업 한 달, 응급실 표류 ‘0건’

1일 오후 3시 50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은 37개의 병상이 꽉 차 있었다. 이때 폐섬유증으로 호흡이 곤란한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들어왔다. 의료진은 급히 한 환자를 병동으로 올리고, 이 응급환자를 받기로 했다.

김동기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우리 병원의 병상이나 인력이 없으면 일단 거절했다”며 “지금은 지역 병원들의 상황이 공유돼 다른 병원도 받을 수 없는 처지이면 우리가 병상을 조정해 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광주시가 구축한 ‘원스톱 응급의료 플랫폼’에서는 지역 내 모든 응급실 상황과 대기 환자 현황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119구급대가 환자 수용을 문의해 수차례 거부당하면 ‘이송병원결정위원회’(FLT)를 열고 환자를 맡을 병원을 결정하는 것도 광주만의 특징이다.

FLT 회의는 응급실 당직자들과 현장 구급대원,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광역상황실 등이 실시간 채팅으로 참여한다. 또 최종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도 일단 ‘우선 수용 병원’으로 이송해 소생 가능성을 높이려고 한다.

지난달 18일 농약 중독 환자가 발생했지만 광주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들은 화재로 중증 화상 환자들이 몰려 빈 병상이 없었다. FLT 회의를 연 끝에 농약 중독 환자를 2차 병원에서 응급처치한 뒤 3차 병원으로 옮겨 목숨을 구했다. 과거라면 2차 병원은 최종 치료가 힘들다는 이유로, 3차 병원은 의사가 없다며 거부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다. FLT로도 해결이 어려운 경우엔 광역상황실이 권역 내에서 이송할 병원을 찾는다.

● 초기 처치 병원에 최종 수술 병원까지 찾아줘

전북은 구급대원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현장 도착 후 15분간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하면 광역상황실이 응급실을 정해준다. 전남도 구급대원이 지역 내 응급의료센터에 문의한 뒤 수용이 불가능하면 광역상황실을 통해 이송 병원을 정한다.

지난달 12일에는 전남 여수시에서 농기계 사고로 무릎이 절단될 뻔한 80대 환자의 이송 병원을 광역상황실이 18분 만에 찾기도 했다. 광역상황실은 응급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없자 초기 처치가 가능한 병원을 먼저 지정하고, 이어 충남 천안의 전문병원 전원까지 책임졌다.

시범사업 초기에는 광역상황실로 중증 응급환자의 이송 의뢰가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실제로 과부하는 발생하지 않았다. 광역상황실 관계자는 “전남은 하루 평균 1건꼴로, 광주와 전북은 한 달에 각각 5건, 10건의 응급환자 이송 의뢰가 들어왔다”며 “각 지자체가 지역 인프라와 환자 특성에 맞춰 맞춤형 이송 체계를 마련한 덕분”이라고 했다.

다만 우선 수용 병원에서는 여전히 최종 치료가 힘든 환자를 받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의료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야 응급실 미수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의 환자 이송 시간과 재이송률, 최종 치료 결과 등 정량 지표와 함께 정성 평가를 병행해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응급환자 이송체계#이송병원결정위원회#보건복지부#응급실 병상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