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벨을 들면 단순히 근육만 커지는 게 아니라, 뇌도 함께 ‘젊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 ‘제로사이언스(Gero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근력 운동은 노년층의 뇌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운동 후 뇌 나이를 평균 1.4~2.3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근력 운동이 장기적인 인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 동안 이뤄진 연구들은 신체활동이 기억력 향상, 사고력 개선, 뇌 질환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꾸준히 보여줬다. 다만 기존 연구들은 주로 걷기, 달리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이 해마(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 등 특정 뇌 부위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에 덴마크와 칠레 공동 연구진은 근력 운동이 특정 영역이 아닌 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인하기 위해 ‘브레인 클록( Brain Clock)’이라는 분석 모델을 활용했다.
브레인 클록은 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뇌의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수학적 모델이다. 만약 이 모델의 추정치가 실제 나이보다 낮다면, 뇌가 더 건강하게 천천히 늙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1년간의 근력 운동이 이러한 뇌 나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먼저 2433명의 건강한 성인 뇌 MRI 데이터를 활용해 브레인 클록을 학습시켰다. 이어 뇌 나이 예측 모델을 62~70세 건강한 노인 309명에게 적용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째, ‘고강도 근력 운동’ 그룹은 주 3회 전문가 지도 아래 운동을 했다. 둘째, ‘중간 강도 근력 운동’ 그룹은 지도 하에 1번, 자가 운동 2번을 병행했다. 세 번째 대조군은 별도의 근력 운동 없이 기존 생활을 유지했다.
연구 시작 시점과 1년·2년 후 총 세 차례에 걸쳐 참가자들의 뇌 영상과 체력(다리 근력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근력 운동은 뇌 기능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고강도 운동 그룹에서는 전전두엽(계획·주의 등 고차 기능 담당) 간 연결성이 증가했다.
더 주목할 점은 뇌 전체에서 나타난 변화다. 브레인 클록 분석 결과, 운동 그룹은 1년 후 뇌 나이가 평균 1.4~2.3년 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2년 후에도 유지됐다.
연구진은 “1~2년의 변화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뇌 노화 연구에서는 의미 있는 수준”이라며 “단기 효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 경로를 바꾸는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운동을 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뇌 나이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또한 이러한 효과는 특정 뇌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뇌 전체에 걸쳐 나타났다. 이는 운동이 혈관, 대사, 염증 등 전신적 메커니즘을 통해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운동 강도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도 확인됐다. 중간 강도 운동 그룹에서는 다리 근력 증가와 뇌 나이 감소 간 약한 연관성이 관찰된 반면, 고강도 운동 그룹에선 뚜렷하지 않았다. 쉽게 설명하면 고강도 그룹은 다리 근력이 더 많이 증가했지만, 생물학적 뇌 노화 감소 폭은 그에 비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천장 효과’(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추가 효과가 제한되는 현상)로 해석했다. 즉, 운동 강도를 높인다고 해서 뇌 건강 효과가 비례해 증가하는 것은 아니며,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추가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비(非)선형적 용량 반응 관계는 주말에 몰아서 운동하는 이른바 ‘주말 운동 전사’ 방식도 충분한 건강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규칙적인 근력 운동은 뇌 노화를 늦출 수 있으며, 누구나 실천 가능한 수준의 운동으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 결과가 운동이 노화를 ‘되돌린다’는 의미는 아니며, 브레인 클록은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라 뇌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장기적인 기억력 저하 예방이나 치매 위험 감소로 이어지는지 추가 연구에서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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