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은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아 외부에서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소는 아니다. 하지만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생리활성 물질이며 의학적으로 활용된다. 실제 정신과 영역에서 기분 안정제로 쓰인다. 최근에는 통증 완화, 알츠하이머병, 신경 재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사용 방식이다. 알약으로 먹으면 리튬이 전신으로 퍼져 신장과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에 연구진은 약을 먹지 않고도 필요한 부위에만 리튬을 전달해 신경 활동을 낮추는 방법을 찾았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에 주목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을 저장했다가, 전기 신호를 통해 원할 때만 방출하는 구조를 갖는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그대로 가져왔다.
여러 실험 끝에 배터리 양극재로 널리 사용되는 리튬인산철(lithium iron phosphate)을 소재로 선택했다. 이 물질은 안정적이고 독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리튬인산철 소재를 이용한 얇고 유연한 패치를 제작했다. 이 패치를 신경 주변에 부착한 뒤 전기 자극을 가하면, 필요할 때만 리튬 이온이 방출되도록 설계됐다. 리튬이 신경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신경 신호가 줄어들고, 그 결과 통증 인식이 낮아지는 원리다.
신경 조직과 연결해 통증 신호를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된 작고 유연한 리튬이온 패치. 시카고대학교 제공. 연구진은 “살아 있는 조직 위에 리튬이온 배터리 전극을 올린다는 발상은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결과는 매우 유망했다”며 “리튬은 신경 활동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매우 유용하다. 현재는 신경을 자극하는 기술은 많지만, 통증 완화 등에는 오히려 신경 신호를 억제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패치는 쥐와 랫드(실험용으로 자주 쓰는 동물) 대상 실험에서 실제로 신경 신호를 효과적으로 감소시켜 통증 반응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의 중요 성과 중 하나는‘국소성’이다.
리튬이 몸 전체로 퍼지지 않고 패치 주변에서만 작용하면서도 지속적인 신경 억제 효과를 보였다. 이는 기존 경구 투여의 가장 큰 문제였던 전신 부작용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반복 사용이나 장기적인 이온 전달이 주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통증 치료 방식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만성 통증이나 신경통 환자에게 장기 약물 복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보조 치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전기 침(electrical acupuncture) 같은 전기 자극 기반 치료와 결합해 체내 이식 없이 비침습적 방식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리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마그네슘, 아연, 칼슘 등 인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온들을 활용해 특정 질환의 부위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이온 기반 치료 전략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마그네슘은 단백질이 올바르게 접히도록 돕고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중요한데,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단백질 오접힘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지 탐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 단계의 개념 증명 연구다. 실제 인체 적용을 위해서는 안전성 검증, 장기 효과 확인, 적용 방식 개선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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