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 2MB 작은 코드 하나로 월 1억”… 1000만 폰 파고든 37세[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 동아일보

개인정보 지키며 초개인화 혜택 알려주는 페어리테크
카드 혜택 몰라 손해 보지 않도록 할인-이벤트 알림 실시간 알려줘
사용자 행동 감지, 폰에서만 처리… 외부 서버로 개인정보 유출 차단
구글 온디바이스 AI 연구가 초석
“개인정보 보호는 견고한 대세… 개인비서로 발전, 생산성 높일 것”

장인선 페어리테크 대표가 1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없으면서 고객 행동을 파악하는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카드사를 중심으로 휴대전화 1000만 대에 이 회사 기술이 들어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장인선 페어리테크 대표가 1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없으면서 고객 행동을 파악하는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카드사를 중심으로 휴대전화 1000만 대에 이 회사 기술이 들어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매달 수십만∼수백만 원씩 쓰는 신용카드. 그런데 카드를 쓸 때 자신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을 볼 때, 여행 앱에서 호텔을 예약할 때 내 카드로 얼마를 아낄 수 있는지 알면서 결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알아보려면 카드사 앱을 따로 설치해 열고 혜택 탭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그 귀찮음 때문에 연간 수십만 원이 될 수 있는 환급 금액(캐시백)과 적립 혜택이 공중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 손해를 눈여겨보고 진지한 해결책을 만든 스타트업이 페어리테크(Fairytech)다.

“사용자들은 복잡하고 시간이 더 걸리니까 귀찮아서 (혜택을) 못 받는 거예요. 그렇다면 편의성을 올려 주고 딱 맞는 순간에 알려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죠.”

1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장인선 페어리테크 대표(37)의 말이다.

사용자 수요를 파악해서 뿌려지는 디지털 광고는 무조건 배척의 대상은 아니다. 적절한 때에 정확한 수요자에게 닿으면 사용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지금까지 카드사들이 보내는 광고 문자 방식은 한계가 뚜렷했다. 결제 이력만으로 뿌리는 아파트 미분양이나 대출 광고가 쏟아지자 소비자는 피로감에 마케팅 수신을 꺼 버린다. 그 과정에서 할인, 이벤트 같은 ‘혜택성 알림’까지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잘못 설계된 맞춤 광고와 묶음형 마케팅 동의 구조 때문에 정작 필요한 혜택 정보는 도달하지 못해 소비자와 회사 모두 손실을 보는 셈이다.

장 대표는 규모가 10조 원에 달하는 국내 온라인(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이런 비효율을 온디바이스(On-Device) 기술로 풀겠다고 나섰다. 개인정보를 서버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서도 사용자에게 딱 맞는 혜택을 딱 맞는 순간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 내 휴대전화 안에서 처리… 마법 같은 기술

페어리테크의 핵심 기술은 사진 한 장만큼 작은 약 2MB 크기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로 구현돼 있다. 페어리테크는 ‘모멘트(Moment) SDK’라고 이름 붙였다. 이 기술의 결정적 차별점은 ‘프라이버시 퍼스트’이다. 모든 데이터가 사용자 휴대전화 안에서만 처리되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서버로 유출될 위험이 없다. 이 SDK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에서 어떤 앱을 실행하는지, 단순히 살펴보기만 하는지, 결제 단계에 진입했는지 등을 관찰해 처리하고는 외부 서버로 전송하지 않는다.

작년까지 롯데카드, 하나카드, IBK카드, 캐시워크 같은 주요 금융사 앱에 도입돼 1000만 기기(중복 포함)에서 작동 가능한 상태다. 6월이면 신한카드까지 가세해 작동 가능 기기는 2000만 대가 된다. 사용자가 이용 동의만 하면 화면 뒤에서 조용히 작동한다. 금융사들은 사용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익을 챙겨갈 수 있다.

예컨대 사용자가 여행 앱인 트립닷컴 앱을 열고 호텔을 검색하다 결제 직전 단계에 다다르면 페어리테크의 독자적인 알고리즘은 이 움직임을 휴대전화 내에서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그리고는 ‘A사 카드로 결제하면 5% 적립 혜택이 있어요’라는 알림을 띄워 준다. 사용자가 굳이 카드사 앱을 열어 혜택을 찾아볼 필요가 없다. 쿠팡 앱을 열면 ‘2.1% 캐시백 혜택을 찾았어요’라는 알림이 자동으로 나온다. 그 알림 메시지를 클릭해서 결제하면 혜택이 자동으로 적립된다. SDK를 장착한 금융사 등에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마케팅 비용 일부가 돌아간다. 페어리테크도 여기서 수익을 창출한다. 장 대표는 “예전이라면 개인은 몰라서, 귀찮아서 그냥 지나쳤을 혜택을 간편하게 받을 수 있고 기업 고객은 개인정보 규제 걱정 없이 데이터의 수익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기업 고객에는 연간 수십억∼수백억원의 수익을 제공하고, 페어리테크는 이제 막 시작단계인데도 월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페어리테크는 아고다(최대 4.9% 적립) 알리익스프레스(6.3%) 파페치(7.7%) 야놀자(2.8%) 쿠팡(2.1%) 이마트몰(1%)을 비롯한 국내외 70여 쇼핑몰과 제휴를 맺은 상태다.

이렇게 사용자 행동 맥락을 파악해 적절한 시기에 혜택 알림을 주는 방식의 효과는 의외로 컸다. 페어리테크가 한 카드사에서 실험한 결과, 실시간 혜택 알림을 비활성화하자 평균 클릭 수가 70%나 감소했고 관련 거래액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알림을 켜고 끈 것만으로도 클릭과 매출 차이가 컸다는 점이 실시간 개인 맞춤형 알림의 효용을 방증한다.

놀라운 점은 페어리테크의 혜택 알림 클릭률은 28%로 업계 평균 1.5%의 약 19배다. 특히 네이버페이와 진행한 회원 가입 캠페인에서는 클릭률 27%, 클릭을 통해 실제 회원에 가입한 전환율 78%라는 놀라운 성과가 나왔다.

● 구글 동료와 공동 창업

장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치고 2013년 첫 직장 구글에 입사했다. 미 본사에서 3년, 한국 구글 오피스에서 5년 등 총 8년을 안드로이드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보냈다. 그가 총괄한 텐서플로 라이트(TensorFlow Lite)는, 원래 서버에서 돌리던 딥러닝 모델을 스마트폰 같은 기기 안에서 직접 구동할 수 있게 해 주는 온디바이스 AI 핵심 기술이다.

구글에서의 8년은 여러 모로 풍족했다. 성장 기회를 주고 팀도 바꿀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미국에서 한국 오피스로의 이동도 지원해 줬다. 그럼에도 퇴사를 결심한 때는 2021년이었다. 결심에서 행동까지는 단 한 달이 걸렸다.

창업 결심은 시장 구조 변화에서 기회를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강화되면서 쿠키나 광고 아이디(ID) 같은 ‘타사 데이터’에 의존해 정교한 표적 마케팅을 하던 중소 애드테크나 온라인 광고 회사들이 규제를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문 닫는 모습을 봤다. 반대로 대형 플랫폼들은 자체 보유 데이터와 인프라를 앞세워 더 강해지고 있었다. 이 쏠림 현상을 온디바이스 기술로 바꿔 보고 싶다는 생각이 창업의 방아쇠가 됐다. 개인정보 규제 강화로 금융사나 통신사는 사용자 데이터를 제대로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판단했다.

구글 동료 엔지니어들에게 함께 창업하자고 제안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혼자 퇴사를 선언했다. 퇴사를 하고 사업을 진행하니 구글에서 함께 일한 테크리더 신지원이 합류했다. 온디바이스 AI 특허를 3건 등록한 신지원은 페어리테크 공동창업자이자 기술총괄이다.

● “유명 통신사도 도입 코앞”

장 대표가 이달 초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자사 서비스를 설명하는 모습. 장 대표는 “독특한 기술이다 보니 협업 요청이 너무 많아 국가별 순서를 정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페어리테크 제공
장 대표가 이달 초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자사 서비스를 설명하는 모습. 장 대표는 “독특한 기술이다 보니 협업 요청이 너무 많아 국가별 순서를 정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페어리테크 제공
페어리테크는 현재 기업 세일즈에 집중하고 있다. 기술 안정화에 4년을 쏟은 끝에 1000만 기기라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국내 유명 통신사가 올 2분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통신사가 합류하면 사용자 규모는 수천만 명이 된다”고 했다.

다음 단계는 ‘시점 타겟팅 광고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대출 관련 앱을 탐색하는 순간 금융 광고를, 여행 앱을 열 때는 여행보험이나 면세점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이미 몇몇 결제회사와 생명보험회사, 온라인쇼핑몰 등이 계약을 마친 단계”라고 밝혔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구글이나 애플이 운영체제(OS) 정책을 강화할 경우 기기 내 앱 감지 범위가 제한될 수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해석이 변화함에 따라 서비스 설계를 반복적으로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 대표는 개인정보를 기기 내에만 두는 이 방향이 시대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확신한다. 개인정보를 지키면서도 초개인화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 국내외 대형 테크기업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국내 기업들의 요구, 온디바이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라는 흐름에서 페어리테크가 선두에 있다고 자부한다. 그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사회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싶다”며 “사용자를 잘 이해하는 온디바이스 AI로 발전해 광고뿐만 아니라 개인비서, 생산성 도구까지 똑똑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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