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황인찬]日 ‘소비세 제로’ 정책, 韓 관광업엔 ‘빨간불’

  • 동아일보

황인찬 도쿄 특파원
황인찬 도쿄 특파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지난달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압승을 이끈 뒤 공약 실현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소비세 제로(0%)’ 정책이다. 다카이치 정부가 고물가 대책으로 내놓은 것인데 식료품에 부과되는 8% 소비세를 경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日 편의점서도 면세… 해외 관광객도 혜택

다카이치 총리는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올여름 이전에 실시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제도가 실현된다면 편의점, 슈퍼 등에서 구입하는 식료품에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식당에서도 안에서 식사하면 소비세를 내야 하지만 포장을 하면 비과세가 된다. 현지에선 “국물이 뜨거워 포장이 힘든 라면 가게는 어떻게 하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책은 실행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자민당뿐 아니라 대부분의 야당 또한 소비세 면제 혹은 감세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도 찬성 의견이 많다. 가구당 한 달에 적게는 수만 원, 많게는 수십만 원의 식비를 절약할 수 있으니 고물가 시대의 ‘단비’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일본의 소비세 제로 정책은 한국의 관광업에는 ‘날벼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엔저 효과, 백화점 등의 면세 혜택을 넘어 편의점, 슈퍼 등의 식료품 비과세 혜택까지 추가되면 가성비 관광지로서 일본의 매력도는 더 커질 수 있다. 기존 면세 기준인 5000엔(약 4만7000원)을 넘지 않는 음료수, 간식에까지 면세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약 946만 명으로 방일 외국인 가운데 1위였다. 같은 기간 일본인이 가장 많은 찾은 나라도 한국이었지만 방문객은 약 365만 명에 그쳤다. 이러자 대일 여행수지 적자는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대일 여행수지 적자는 37억9340만 달러(약 5조6000억 원)에 달했다. 199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의 적자다. 도쿄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식료품 소비세 제로 정책은 내외국인 상관없이 적용된다. 여행수지 적자 개선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시아의 선진국인 한국과 일본은 해외 관광객 유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주최로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린 자리에선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략들이 논의됐다. 이를 통해 지난해 1893만 명의 해외 관광객을 맞은 한국은 2029년 해외 관광객 3000만 시대를 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일본은 한국보다 관광업에서 앞서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 4268만 명의 해외 관광객을 맞았고, 2030년 6000만 명 시대를 맞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식료품 소비세 제로는 고물가 대책으로 추진 중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해외 관광객을 더 불러 모으는 카드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다카이치 정부는 재정 부담을 고려해 소비세 경감을 2년 한시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2028년 7월 참의원 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한 번 없앴던 세금을 다시 걷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나오고 있다.

日에 역전당한 ‘해외 관광객’ 재역전 전략 필요

관광 분야에서 일본이 한국을 앞선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00년 한국을 찾은 해외 관광객은 532만 명으로 일본의 476만 명보다 많았다. 그러나 일본은 2003년 관광을 국가성장전략으로 삼는 ‘관광입국(觀光立國)’ 비전을 선언하며 해외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이젠 ‘과잉 관광’을 걱정할 정도로 성공을 이뤘다. 이런 일본은 소비세 경감을 통해 더욱 앞서갈 태세다. 최근 관광업을 정부와 민간에서 모두 성장이 유망한 산업으로 여기는 한국은 경쟁자인 일본의 세금 정책의 변화까지 아울러서 미래 관광 전략을 다시금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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