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서평(조선의 싱어송라이터, 북촌 건축 기행, 오페라를 처음 보는 당신에게) 출처_교보문고
◇ 조선의 싱어송라이터/ 이미경 지음/ 300쪽·1만9800원·북극곰
출처_교보문고 “고전시가는 원래 노래였다”
『조선의 싱어송라이터』는 고전시가를 ‘시험용 작품’이 아니라 당대 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대중문화로 바라보게 한다. 고전시가가 더 이상 낡은 텍스트가 아니라 살아 있는 노래처럼 다가온다. 조선의 노래와 오늘의 음악이 어떻게 닮아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함께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미경 작가는 우리가 고전시가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원래 고전시가는 시와 가가 결합된 노래였는데, 시간이 흐르며 음률과 노래의 감각이 사라지면서 글로만 남았기 때문에 멀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책에는 여러 사례가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로 평민들 사이에서 불리던 ‘평시조’가 소개된다. 양반들의 시조 사이에서 평민들 사이에서는 가난한 아낙의 삶이나 연인의 감정을 담은 노래들이 퍼져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는 다소 노골적이거나 외설스럽게 여겨질 만큼 솔직한 내용이었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노래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전해지고 있을까.
평시조에 관심을 가진 일부 명문가 사대부들이 이를 기록으로 남기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책은 다양한 사례를 시조의 뒷부분까지 가감없이 공개한다.
얼어붙은 고전시가 속에 오늘날의 감각을 불어넣는다. 책에서는 황진이가 이효리와 만나고, 박인로가 장기하와 얼굴들과 나란히 서며, 이정보와 박진영이 같은 ‘싱어송라이터’로 연결된다. 조선의 시조 창작자들을 오늘날의 음악가처럼 바라보게 만드는 발상이다.
◇ 북촌 건축 기행/ 천경환 지음/ 256쪽·2만 원·디자인하우스
출처_교보문고 공간(空間)은 ‘빌 공’과 ‘사이 간’을 쓴다. 비어 있는 사이를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그 장소의 성격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계동 끝자락, 낮은 한옥 건물 사이에 사무소를 둔 저자는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 북촌의 비어 있는 사이사이를 메운 이야기들을 관찰한다. 계동길은 안국역에서 중앙고등학교까지 낮은 언덕을 지나는 약 650m의 굽이진 도로다. 일직선이 아닌 덕분에 매 순간 다른 풍경이 보행자를 감싼다. 어떤 때는 저 멀리 교회 첨탑이 보였다가, 덩굴이 뒤덮은 유리 건물을 보기도 한다. 또 방앗간의 고소한 향기가 골목에 섞여든다.
저자는 북촌 일대 19곳의 건물을 건축학적으로 분석한다. 한국 현대 건축의 걸작 ‘공간사옥’의 창문 모양은 왜 다른 것인지, ‘국립현대미술관’의 낮고 긴 창이 어떻게 경계를 허무는 장치가 되었는가까지 들여다본다. 또 한옥과 양옥을 한데 모아 만든 건축 공예품 ‘오설록 티하우스’가 공간의 변화를 어떻게 담아냈는지도 분석한다.
흥미로운 점은 계동의 매력은 건축물을 떠나 ‘길’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낡은 기름집과 사진관으로 바뀐 목욕탕, 다가구 주택과 한옥이 공존하는 풍경은 이곳이 꾸며진 공간이 아닌 ‘삶의 무대’임을 보여준다.
도시는 소수의 설계가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물이다. 안국역에서 원서동 고개까지 저자의 안내를 따라 걷다 보면, 북촌의 ‘빈 곳’은 무엇보다 빽빽이 들어찬 시간의 흔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오페라를 처음 보는 당신에게/ 박종호 지음/ 224쪽·1만9000원·풍월당
출처_교보문고 이 책은 오페라를 보기 전 꼭 알아두면 좋을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한 입문서다. 오페라의 위치와 의미, 감상법, 성악가의 성부와 역할, 지휘자와 연출가의 차이, 희가극과 비가극의 구분까지 처음 극장을 찾는 관객이 미리 알고 가면 좋을 핵심 지식을 쉽고 간결하게 담았다.
저자는 오페라 감상의 고전으로 꼽히는 『불멸의 오페라』를 쓴 작가다. 이번 책은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해 가장 기초부터 다시 풀어쓴 안내서로, 저자가 수십 년간 유럽 각지의 오페라하우스를 돌며 직접 보고 듣고 쌓은 경험이 녹아 있다.
책의 서두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의 건설 현장에서 시작한다. 분노와 고독에 지친 한 건설사 과장에게 영국인 감독관은 오페라 속 주인공을 예로 들며,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광대의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야 하는 운명을 이야기한다. 그 순간 오페라는 먼 나라의 화려한 예술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비추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저자는 오페라가 단 한 번의 계기만 주어진다면 누구에게나 깊이 스며들 수 있는 가장 호소력 있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무대 위 서사가 나의 비극과 고독을 대신 말해주는 순간, 오페라는 더 이상 구경거리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은 오페라를 내면의 진실과 마주하게 하는 ‘공감의 인문학’으로 설명한다. 이번 주 처음 오페라를 보러 간다면, 이 책은 무대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게 돕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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