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와 빌라촌. (뉴스1 DB). 2024.8.8 뉴스1
은행들이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전세사기 주택을 경매로 팔 때 받는 돈을 줄여 피해자들의 보증금 반환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세사기를 당하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 억울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정부의 추가 조치다.
●경매시 은행 몫 줄여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금융위원회는 13일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은행권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위는 연체정보 등록 유예, 잔여채무 장기 분할 상환, 대출 규제 완화 적용 등의 방식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해 왔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은행이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채권을 회수하는 과정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은행은 연체채권을 회수할 때 피해주택에 대한 경매(공매 포함)를 진행해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은행보다 채권 변제 순위가 낮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임차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이에 금융위는 은행들이 경매에서 회수 가능한 최대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받고, 남은 차액 만큼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은행이 전세사기 주택을 경매로 처분해 최대 1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면, 이를 7000만 원으로 낮춰서 신청하도록 하고 남은 3000만 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 회수를 돕기 위해 은행들이 손실을 일부 감내하는 구조”라며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사안이라 빨라도 다음달 말에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도 전세사기 책임 부담해야”
금융위의 이러한 방침에는 은행들이 전세사기 피해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인터넷은행(카카오·케이·토스)은 2020~2025년 전세대출으로만 29조3304억 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챙겼다. 해당 기간 전세대출 잔액이 117조4622억 원에서 154조3487억 원으로 31.4%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공공기관의 보증이 포함돼 은행 입장에선 사실상 ‘무위험 대출’에 가까운 상품”이라며 “손쉽게 대출 수익을 남겨온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은행들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고려해 금융위의 지시 사항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에 담긴 최소 보장 수준은 전세사기 임차보증금의 3분의1에서 2분의1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이번 정책이 지나치게 일방적인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 포용 금융 등 금융지주와 은행에 계속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다보니 관가 눈치만 연일 보고 있다”며 “정부가 요구하니 마지못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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