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등쳐 호화생활… 국세청, 6155억 탈루 적발

  • 동아일보

허위공시 시세차익-기업 사냥꾼 등
불공정 탈세 30건 고발, 2576억 추징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엄정대응”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03.05 세종=뉴시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03.05 세종=뉴시스
한 상장사는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에 진출하겠다며 주식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는 주가를 띄우기 위한 거짓 계획이었다. 이 회사는 주가가 오르자 법인 자금 수십억 원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사주 일가에게 빼돌렸다. 나중에 신사업의 실체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는 3분의 1토막이 나고 상장 폐지됐지만, 사주는 빼돌린 자금을 전세금, 골프 회원권 구입 등에 사용하며 호화 생활을 누렸다. 국세청은 16억 원을 추징하고 사주와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주식시장을 교란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소액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혀 온 세력들이 대거 적발됐다. 허위 공시로 시세 차익을 챙긴 세력부터 횡령으로 알짜 기업을 망친 기업 사냥꾼까지 방식은 다양했다.

5일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간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집중 실시한 결과 탈루액 6155억 원을 확인했다. 이 중 2576억 원을 추징하고, 30건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들이 시장의 신뢰도 저하 및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부당한 이익을 얻고도 정당한 몫의 세금은 부담하지 않은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무조사 대상에는 허위 공시로 투자자를 속인 기업 9곳,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차익을 노린 ‘기업 사냥꾼’ 관련 기업 8곳, 회사를 사유화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지배주주 10곳 등이 포함됐다. 국세청은 허위 공시 기업들로부터 946억 원, 기업 사냥꾼 관련 기업에서는 410억 원을 추징했다.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지배주주들로부터는 1220억 원을 거둬들였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 탈세는 주식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개미 투자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행위”라며 “국내 자본 시장이 질적 변화를 통해 생산적 금융의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불공정 거래 관련 탈세에는 엄정 대응해 공정한 시장 질서와 조세 정의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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