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환경 활동가들이 공해 해양생물다양성 협정 발효를 기념해 해양 생태계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그림 앞에서 푯말을 들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공해(公海)에서 남획과 무분별한 개발을 제한하고 2030년까지 공해 30% 이상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공해 해양생물다양성 협정(BBNJ 협정)’이 17일(현지 시간) 전 세계에서 발효됐다. 공해와 심해저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첫 법적 장치로 국제적인 논의가 시작된 지 20여 년 만에 발표됐다. 공해는 어느 나라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고 모든 나라가 사용할 수 있는 바다로 사실상 무법지대였다. BNJ 협정을 비준한 한국 등 81개국은 앞으로 협정에서 규정한 해양 보호와 개발 수칙 등을 준수해야 한다. 독일, 네덜란드 등 13개국에서는 BBNJ 협정 공식 발효를 기념하는 거리 벽화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 ‘공해 보호’ 논의 20여년 만에 결실
BBNJ 협정은 국제연합협약에 따라 공해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해양생물 다양성 보전 등 이행 방안을 규정한다. 국제연합협약은 유엔이 주도해 채택하는 국제법적 조약으로 해양, 무역, 범죄 등 분야에서 국가 간 분쟁과 협력을 규율하는 다자조약이다. BBNJ 협정에서는 공해 내 보호구역 지정, 해양 개발 활동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해양 유전자 자원 및 디지털 서열정보의 국가 간 공유 등 4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법적 규제 장치가 마련됐다.
협정은 별도의 관리 규범이 없는 공해의 해양 생태계 훼손이 국제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해양생물 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국제법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4년 유엔 총회에서 협정 추진을 결의한 뒤 2006년부터 비공식 작업반의 준비가 시작됐다. 2015년 본격적으로 협정의 틀을 만들기 시작해 2023년 비로소 협정문이 공식 채택됐다. 2023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조약서명 행사를 통해 145개국이 서명했으며, 지난해 9월 모로코가 60번째 비준국이 되며 법적 발효 요건을 충족했다. 국제 조약은 서명만으로는 효력이 없고 비준을 마쳐야 법적 구속력이 생긴다.
한국 정부는 2023년 10월 협정문에 서명한 뒤 지난해 3월 동아시아 국가 중 처음이자 전 세계 21번째로 비준했다. 이어 지난해 4월 부산에서 개최된 ‘제10차 아워오션 콘퍼런스’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해 왔다. 중국과 일본도 지난해 12월에 비준하는 등 현재까지 전 세계 81개국이 이 협정에 동참했다.
협정의 세부적인 이행 규정은 앞으로 열릴 유엔 당사자총회 등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원양어업, 해운업, 해양 바이오 등 관련 산업계와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한 상태다. 이 협의체를 통해 국내 이행 법률을 마련하는 한편 전문성을 갖춘 연구기관을 ‘이행 전담 기관’으로 지정해 과학적 근거를 수집해 나갈 예정이다.
16일(현지 시간) 영국 링컨셔주 세인트레오나드에서 벽화 아티스트가 공해 해양생물다양성 협정 발효를 기념해 해양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는 벽화를 그리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세계 13개국서 발효 기념 퍼포먼스
BBNJ 협정 발효를 하루 앞둔 16일 세계 곳곳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벽화와 프로젝션 등이 설치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총 13개국의 벽화 아티스트와 주민 공동체, 지역 활동가들이 해양 보호를 주제로 각종 조형물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20여 년간 이어져 온 공해 해양 보호 캠페인의 성과를 알리고,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30%를 보호해야 한다는 BBNJ 협정의 목표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BBNJ 협정은 그동안 방치됐던 공해에 처음으로 포괄적인 법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파리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 협약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공해는 전 세계 바다의 61%를 차지하지만 현재 높은 수준으로 보호받는 지역은 0.9%에 불과하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한국은 2028년 유엔 해양총회 공동 개최국이기도 하다”며 “비준국으로서 공해 보호에 관한 실질적 성과를 보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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