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가 이전한 미군 기지를 활용 해외 입양인을 위해 조성한 ‘엄마 품 동산’의 한 건물 안에서 15일 오전 관계자들이 해외입양인 900명의 얼굴 사진과 사연이 전시된 공간을 점검하고 있다. 이곳에는 14일 입양인들의 이름표를 메달 수 있는 기억의 벽이 함께 준공됐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부가 올 7월 민간 기관이 주도해 온 아동 입양을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관리하는 공적 입양 체계로 전환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해외 입양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1953년 해외 입양을 시행한 지 73년 만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간 2000명이 넘던 해외 입양 아동은 2023년부터 두 자릿수로 줄어들었는데 2029년부터는 전면 중단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해외 입양을 보내는 나라는 한국과 콜롬비아 둘뿐이다.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너무 늦게 벗게 됐다.
국내 아동의 해외 입양은 전후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제도다. 6·25전쟁으로 고아가 10만 명 넘게 발생하고 미군 혼혈아가 늘자 해외 입양을 보내기 시작했고, 1980년대 이후부터는 미혼모 자녀들이 해외 입양의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해외 입양은 출신국에서 아동을 보호할 수 없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임에도 사회적 경제적 형편이 안 된다는 구실로 오래도록 남용해 온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8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로 입양 보낸 아동 수는 약 17만 명으로 국내 입양(8만2000명)의 2배가 넘는다.
해외 입양은 그동안 적지 않은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랄 기회를 준 것이 사실이나 민간 단체가 입양 절차를 주도하면서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해외 입양 아동 1인당 수수료가 수천만 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고아 수출로 돈벌이를 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올 3월 미국 덴마크 스웨덴을 포함한 11개국에 입양된 375명을 조사한 결과 56명의 사례에서 ‘미아’를 ‘고아’라고 허위 기록하는 등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입양 아동의 기록 관리도 부실해 성인이 된 후 친부모를 못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두 국가가 입양 아동을 보호할 책무를 저버리면서 벌어진 부끄러운 일들이다.
지난해 국내 입양 아동 수는 154명, 해외 입양은 58명이었다. 국내 입양 비중이 커지는 추세이긴 하나 해외 입양을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 한부모 지원과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불안한 입양 대기 시간만 길어질 수 있다. 아동 보호의 핵심 원칙은 ‘원가정 우선’이다. 친부모든 양부모든 아이들이 부모 품에서 따뜻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제는 정부의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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