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욕 한마디가 근력·지구력까지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에이 XX.’ 사람 대부분은 가끔 욕을 한다. 깜짝 놀라거나 충격적일 때, 좌절하거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욕설에 어느 정도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다. 욕을 하면 신체 수행 능력이 향상돼 근력과 지구력 테스트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
영국 킬대학교(University of Keele) 연구진은 힘이 필요할 때 욕을 하면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192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두 가지 조건의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조건은 참가자들이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양손을 좌판에 대고 팔 힘만으로 몸을 들어 올려 버티는 의자 팔굽혀펴기(Chair Push-Up)를 하면서 2초마다 욕설을 반복하도록 했다.
2초마다 욕설을 하며 의자 팔굽혀펴기를 할 때 수행 능력이 더 좋았다.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 제공.
두 번째 조건에선 같은 참가자들이 욕설 대신 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동일한 과제를 수행했다.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욕설 팔굽혀펴기’을 먼저 수행하고, 다른 그룹은 ‘착한 팔굽혀펴기’을 먼저 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욕을 뱉으며 과제를 수행할 때 참가자들이 팔굽혀펴기를 더 오래 했다.
첫 실험(88명)에선 욕설을 곁들인 참가자들의 의자 팔굽혀펴기 수행 시간이 평균 26.92초로 중립적 단어 조건(24.19초)보다 2.73초 길었다. 두 번째 실험(94명)에서도 욕설 조건(26.97초)이 중립적 단어 조건(24.55초)보다 2.42초 길었다.
이 결과를 2022년 수행한 실험(118명)과 통합 분석한 결과 욕설 조건의 의자 팔굽혀펴기 시간이 평균 27.97초로 중립적 단어 조건(25.36초)보다 2.61초 길었다.
연구를 이끈 심리학자 리처드 스티븐스(Richard Stephens) 박사는 “어떤 면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가 상식에 부합한다. 욕이 필요할 때 우리에게 힘을 준다는 것”이라며 “욕설은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약물도 필요 없는 자기계발 수단”이라고 BBC 사이언스 포커스에 말했다.
스티븐스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수행 능력 향상은 욕설로 인해 억제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억제력이 줄어들면 망설임이 사라지고,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게 된다. 대시 그냥 ‘해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 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욕을 했을 때 참가자들은 ‘심리적 몰입(flow)’ 수준이 더 높았다고 보고했다. 이는 사람들이 활동에 깊이 빠져들고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힘들 때 욕 한마디가 근력·지구력까지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욕설이 이런 힘을 갖는 이유는 뭘까?
스티븐스 박사는 그 이유가 ‘금기성(taboo)’에 있다고 설명했다. “욕설은 사회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금기어이다. 더 나아가 많은 욕설은 성(性)적인 의미 같은 또 다른 금기를 함께 담고 있어 ‘이중 금기’에 해당한다.”
욕설은 사회적 제약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을 더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수행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할 땐 거리낌 없이 욕을 해도 될까? 연구진의 의견은 “그렇다”이다.
스티븐스 박사는 “욕설이 순간적으로 억제력을 낮춰 수행 능력을 높인다는 이번 발견은, 망설임을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는 다른 상황에도 이 효과가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특히 도전적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욕설을 반복하는 것은 하나의 전략적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자기 잠재력에 더 가까운 수행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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