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도로에 5만원 권 지폐가 흩날렸으나 시민들이 합심해 경찰에 반납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인 사건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스레드 @kiki39n 캡처
서울 도심 한복판 도로에 5만 원권 지폐 수백 장이 흩날리는 흔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흩어진 지폐들을 주워 경찰에 인계한 것으로 알려져 “성숙한 시민의식의 모범”이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스레드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방금 을지로4가 거리가 온통 5만 원 밭이었다”는 내용의 목격담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목격자 A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센 바람에 지폐가 온 도로 위를 날아다녔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A 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도로 위에 5만 원권 지폐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장소는 을지로4가역 1번 출구 앞 횡당보도로, A 씨는 “바닥에 5만 원권이 있길래 처음에는 ‘위조지폐인가’ 싶어 봤는데 거리가 온통 5만 원권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바닥에 나뒹구는 5만원권 지폐. 이 장소는 을지로4가 1번 출구 앞 횡단보도로, 당시 바람이 많이 불어 횡단보도 주변을 나뒹굴고 있었다. 스레드 @kiki39n 캡처그는 이어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모든 시민이 함께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워 경찰관에게 전달했다”며 “차량 운전자들도 경적을 울리거나 재촉하지 않고 차를 멈춘 채 기다려줬다”고 덧붙였다.
한 운전자는 경찰관에게 “저 뒤쪽에도 돈이 엄청나게 많이 떨어져 있다”고 알리며 수거를 돕기도 했다. A 씨는 “급하게 줍느라 크게 당황했다. 집 돌아와보니 손이 다 까져있더라”며 “정말 놀랐다. 무슨 사연인지 궁금했지만 곧바로 경찰관에게 모두 드렸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처음에 “버스 안에서 누군가 돈을 뿌리고 갔다”는 소문이 퍼졌으나 사실과 달랐다. 경찰 조사 결과 돈의 출처는 버스 승객이 아니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이 실수로 떨어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도로에 흩뿌려진 돈은 1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지자는 업무상 필요로 돈을 들고 있었으며, 별도의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뿌린 돈 주워가면 범죄?…‘소유권 포기’ 여부가 관건
떨어진 지폐를 모아 경찰관에게 전달하는 시민들. A 씨는 “상황이 급박해 잘 보지는 못했지만, 대다수 시민들이 경찰에게 지폐를 돌려줬다”고 회상했다. 스레드 @kiki39n 캡처길거리에 돈다발이 떨어져 있을 때 이를 가져가면 처벌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핵심은 소유자가 의도적으로 버린 물건인지 여부다.
타인이 실수로 흘린 돈은 형법상 ‘유실물’에 해당한다. 형법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는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지하철역·터미널 등 관리자의 점유가 인정되는 장소에서는 절도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2016년경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 여성이 현금 다발을 뿌렸다. 여성은 가정사를 고발하기 위함이라며 2500만 원 가량을 뿌렸다고 주장했다. MBC 보도화면 갈무리반면, 주인이 소유권을 명확히 포기한 경우는 예외다. 실제로 2016년 서울광장에서는 한 시민이 개인적 사정을 호소하며 고의로 지폐를 뿌린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주인이 스스로 소유권을 포기한 것이 명백해 절도나 횡령이 성립되지 않았다.
그러나 외관상 유실물인지 버려진 물건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찰은 “길에서 돈이나 귀중품을 발견한 경우 바로 112에 신고하거나 가까운 지구대에 맡기는 것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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