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손잡은 트릴리온랩스 “넥스트는 AI 코사이언티스트”[테크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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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IT사이언스팀 기자들이 IT, 과학, 우주, 바이오 분야 주목할만한 기술과 트렌드,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 회사 뭐길래?”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테크 기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디어부터 창업자의 요즘 고민까지, 궁금했던 그들의 모든 것을 파헤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인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을 출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내 과학기술 역량을 총동원해 AI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으로, 단백질 생성, 핵융합 등 과학적 발견 영역에서도 AI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한국에선 AI스타트업 트릴리온랩스가 의료AI 기업인 ‘루닛’과 컨소시엄을 통해 의과학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주도하며 ‘AI 공동 과학자(Co-Scientist)’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 출신인 트릴리온랩스의 신재민 대표(31)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언어를 잘하는 것은 이제 (경쟁이) 끝났고, 넥스트는 수학 과학 코딩 등이다. 데이터가 많은 순서대로 도메인들이 정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분자 단계부터 임상, 신약개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를 다루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고, 이를 인간의 언어로 출력하는 ‘코사이언티스트’를 만드는 것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목표”라며 “루닛과 이야기한 것도 ‘의료’만 할 것이 아니라 화학 생명과학 등 ‘AI 포 사이언스’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 ‘알파폴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며 ‘넥스트’는 코사이언티스트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네이버에서 ‘하이퍼클로바X’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 트릴리온랩스를 설립했다. 창업과 함께 약 9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설립 1년여만에 대규모 자체 AI 모델을 공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은 신 대표와의 일문일답.

신재민 트릴리온랩스 대표.  트릴리온랩스 제공
신재민 트릴리온랩스 대표. 트릴리온랩스 제공


트릴리온랩스는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LLM) ‘Tri-70B(700억 파라미터)’를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프롬 스크래치(처음부터 모두 만드는 것)로 개발된 가장 큰 규모 언어 모델이다. 특히 AI를 만드는 전체 과정을 단계별로 공개하는 ‘중간 체크 포인트’까지 발표했다. 70B 규모에서 중간 체크포인트까지 공개하는 것은 세계 처음이라고 들었다.
“한국에서 프롬스크래치로 개발한 가장 큰 모델인 70B 모델은 메타의 라마(Llama)나 알리바바의 큐웬(Qwen)과 비슷한 700억 파라미터 규모의 풀사이즈 LLM 입니다. 소형 모델(SLM)의 성능을 높이고 고난이도 에이전트의 수행을 위해 반드시 고도화된 대형 모델이 필요하다는 전략하에 기술력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모델입니다.

중간 체크포인트 공개를 통해 연구자나 개발자는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개선되었는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트릴리온랩스는 이번 공개를 통해 기술적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스스로 대형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 역량을 업계에 명확하게 입증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에게 이러한 오픈소스 전략은 기술력에 대한 외부의 의심을 걷어내고, 품질과 독자성을 투명하게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XLDA(Cross-Lingual Document Attention) 기술을 통해 학습 데이터에서 한국어 비중을 줄이면서도, 높은 한국어 성능을 달성했다. 이 기술의 원리와 비용 효율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XLDA(Cross-Lingual Document Attention) 기술은 엄청난 양의 한국어-영어 ‘합성 데이터’를 직접 생성하는 대신, 알고리즘 자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마치 충분한 데이터가 있는 것처럼 AI가 학습하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의 핵심 원리는 방대한 영어권 지식을 효율적으로 한국어로 옮겨가 학습될 수 있도록 만든 데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 덕분에 AI는 적은 한국어 데이터만으로도 방대한 영어 지식을 습득한 것처럼 똑똑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학습 비용을 기존 대비 무려 12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하는 혁신적인 비용 효율성을 달성하게 했습니다.”

트릴리온랩스는 앞서 7B 모델을 2조 토큰으로 학습하는 데 약 2억 4300만 원의 비용을 지출했다고 공개했습니다. 대기업들의 수백억원대 투자와 비교했을 때 이러한 비용 효율성을 어떻게 달성했는지?
“이같은 저비용이 가능했던 이유는 앞서 언급된 독자적인 XLDA 기술력에있습니다. 소수 정예 개발 문화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LLM 개발에서는 GPU가 대부분의 연산을 담당하기 때문에 사람 수보다는 핵심 인력의 집중력이 중요하며, 작은 팀이 빠르게 결정하고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성과로 이어져 제한된 자원으로도 높은 개발이 가능했습니다.”



대표적 의료AI기업 ‘루닛’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의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 참여 중입니다. 의료 AI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는지?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컨소시엄의 목표는 글로벌 빅테크를 따라잡는것이 아닌, 새로운 영역을 한국에서 개척하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 정부 과제를 통해 만들 의과학 모델은 단순히 기존지식을 인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론(Inference) 능력을 결합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AI에서 ‘의학과 생명현상과 같은 과학’을 이해하는 AI로 확장하는것이 핵심입니다. 이 모델은 유전체, 단백질, 화학 물질 등 비정형적 생물학 데이터를 통합 학습해 신약 개발, 표적 발굴, 약물 재창출, 임상 가설 생성 등 과학의 가설과 실험을 직접 지원하는 BMCS(Bio-Medical Co-Scientists, 공동 과학자) 기능을 구현합니다.

루닛과의 협업은 기술적·산업적으로 큰 시너지를 만듭니다. 루닛은 글로벌 임상 경험과 의료 현장의 깊은 인사이트를 갖고 있습니다. 이로써 트릴리온랩스가 개발하는 모델이 실제 병원 환경에서 바로 활용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아줍니다. 저희가 ‘두뇌’를 만든다면 루닛은 이를 ‘임상적 도구’로 완성시키는 구조입니다. ”

2026년 상반기 공개 예정인 모바일 AI 에이전트는 기존 챗봇과 어떻게 다른가. ‘인터넷에서 물건을 주문해줘’처럼 실제 앱을 조작하는 기능 구현에서 가장 큰 기술적 도전은 무엇인가요?
“2026년 상반기에 공개 예정인 모바일 AI 에이전트는 기존 챗봇과는 달리 핸드폰을 직접 조종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예약, 검색, 심지어 장을 보는 것처럼 실제 앱을 조작하는 다양한 작업을 알아서 처리해 주는 형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웹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과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LLM 원천 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않으면 이같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 구현 자체에 큰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궁극적 목표를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 ‘초지능AI’ 개발을 통해 질병, 기후 문제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릴리온랩스가그리는 2030년의 비전은?
“현재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모델은 궁극적인 목표인 초지능 AI(ASI)를 향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입니다. 트릴리온랩스는 단계적으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으며, 이를 위해 원천기술인 풀스택 LLM을 개발, 고도화했습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으며 추론능력을 갖춘 모델을 기반으로 과학과 의료 분야의 전문 데이터를 학습한 의과학 파운데이션 모델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웹과 모바일을 아우르며 인지, 추론, 행동이 가능한 자율적인 가상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실제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 시대를 선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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