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다시 증가…전·월세 보증금 상승에 양극화 심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4일 13시 59분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0.27 뉴시스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0.27 뉴시스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의 부채가 전년 대비 4%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전월세값 상승 등 임대보증금이 오르며 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득 분위에 따른 소득 배분과 자산에서 모두 ‘부의 양극화’가 심해진 모습이다.

4일 국가데이터처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6678만 원으로 전년(5억4022만 원) 대비 4.9% 증가했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9534만 원으로 전년(9128만 원)보다 4.4% 늘어났다. 지난해 가계부채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뒤 1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가구당 순자산 역시 4억7144만 원으로 전년(4억4894만 원)보다 5.0% 늘었다.

최근 이어진 고금리 기조에 ‘빚 갚기’에 나선 가구가 늘며 부채 보유 가구 비율은 줄었으나 빚이 있는 가구의 평균 부채액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 3월 기준 부채 보유 가구 비율은 58.9%로 전년(60.7%)보다 1.8%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부채 보유 가구 평균 부채액은 1억6181만 원으로 전년(1억5043만 원)보다 7.6% 늘었다.

수도권 중심으로 높아진 전·월셋값도 부채액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가구 부채 중 임대보증금은 평균 2739만 원으로 전년(2491만 원)보다 10.0% 올랐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전체 부채에서 임대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8.7%로 전년(27.3%)보다 1.4% 증가했다.

소득 배분 흐름은 전년보다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가구원 수로 나눈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25로 전년보다 0.002포인트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뜻한다.

이는 소득 분위에 따른 소득 증가율이 1분위(하위 20%) 대비 5분위(상위 20%)가 훨씬 높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위 균등화 시장소득은 930만 원으로 전년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5분위는 1억404만 원으로 5.8% 증가했다.

소득에 따른 ‘자산 양극화’ 현상도 더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소득 5분위별 순자산(가계 자산에서 가계 부채를 뺀 값)의 경우 1분위에서만 순자산이 감소했다. 소득 1분위 순자산은 1억4244만 원으로 전년(1억4974만 원)보다 4.9% 감소했다. 반면 5분위의 순자산은 11억1365만 원으로 전년(10억3252만 원)보다 7.9% 증가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1분위의 소득증가율이 5분위의 소득증가율보다 좀 더 낮다”며 “소득 격차가 좀 더 벌어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득분배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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