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아파트, 39억 둔갑…‘꼼수 증여’ 강남4구-마용성에 칼 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4일 12시 06분


국세청, 증여 2000여건 전수 검증…세금 탈루 등 강력 조치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서울의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스1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서울의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스1
국세청은 최근 고가 아파트 증여 거래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세금 탈루 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만큼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및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소재 아파트 증여에 대한 증여세 신고 적정 여부를 전수 검증하겠다고 4일 밝혔다. 이 지역 아파트 증여 2000여 건을 정밀 검증해 고의 탈루 등의 혐의가 있으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 협의회를 열고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각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불법거래 조사 현황 및 향후계획 등을 점검했다. 정부에 따르면 최근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와 집값 상승 기대로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고액의 현금증여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집을 팔지 않고 물려주는 증여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1월~10월 서울의 집합건물 증여건수는 7708건으로 확인됐다. 2022년 10월 기준 1만68건을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추진단은 국세청의 ‘강남4구 및 마용성 등 소재 아파트 증여’ 관련 증여세 신고 적정여부 전수검증 계획을 논의하고, 고의 탈루 등 혐의가 있는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세금 추징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관계 기관에 고발하는 등 최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1~7월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아파트 증여 2077건을 정밀 검증할 계획이다. 이 중 증여세가 신고된 건 1699건이다.

이 가운데 1068건은 실제 매매가액 등 시가로 신고됐으며, 나머지 631건은 시가를 산정하지 않고 공동주택 공시가격으로 신고됐다. 국세청은 631건 중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신고한 부동산을 추려 직접 감정평가해 시가로 과세할 예정이다.

국세청 조사 결과 부친에게 서울의 한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은 A 씨는 동일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가 60억 원에 거래된 사실을 알고 예상보다 증여세가 커지자, 지인 소개로 알게 된 감정평가법인에 시가보다 낮게 평가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매매가격의 65% 수준인 39억 원에 증여세를 신고했다. 국세청은 직접 감정평가를 의뢰해 시가를 바로잡고, 저가 평가한 법인을 ‘시가불인정 감정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세청은 고가아파트 증여 관련 편법 증여와 증여자의 증여 재산 형성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담부 증여’로 물려받은 부동산의 담보 대출이나 전세금을 자녀가 실제 상환했는지, 대출 상환은 본인 수입으로 했더라도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별도로 지원받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로 했다. 또 미성년자 등에 대한 세대생략 증여 과정에서의 조세회피 행위, 증여·취득세 대납 여부 등도 검증할 예정이다.

투기성 행위가 의심될 경우 재산·채무 현황 등을 수시로 분석하고 정당한 세금 신고·납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탈세 혐의자에 대해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

김용수 부동산 감독 추진단장은 “편법 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으로 국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아선 안 된다”며 “정부는 선의의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불법 투기를 근절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가 아파트#증여#강남4구#마용성#국세청#탈루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