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담화’ 주장 그대로 되풀이한 장동혁

  • 동아일보

사과 없이 “의회 폭거에 맞선 것”
당내 “또 다른 계몽령, 몹시 실망”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추경호 의원 구속심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추경호 의원 구속심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 뉴스1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사진)가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선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 대신 사실상 계엄을 옹호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취임 100일을 맞은 장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담화문 등에서 “비상계엄은 입법 폭거에 맞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장 대표는 반성과 성찰은커녕,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식의 또 다른 ‘계몽령’을 선언했다. 몹시 실망스럽다”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장 대표는 1년 전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직접 참여했음에도 이제 와서 불법 계엄을 ‘정당한 조치’로 미화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파괴를 합리화하는 위험한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사과 대신 “의회 폭거 맞선 것”… 당내 “尹계엄날 떠올라”
[비상계엄 1년] 張, ‘민주당 탓 계엄’ 尹논리 반복해
‘당분열’ 방점… 한동훈에 책임 전가
소장그룹 “일말의 기대마저 꺾였다”
지방선거 앞 단체장들 반발할수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대신 그의 주장에 무게를 둔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 강경 보수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비상계엄 1년,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기점으로 장 대표의 당 노선 변경을 희망하던 당내 소장그룹에선 “일말의 기대마저 꺾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결집을 강조하는 지도부와 외연 확장을 강조하는 소장그룹 간 긴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尹 논리 반복한 張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
장 대표는 이날 공개 일정 없이 페이스북으로 낸 입장문 첫 문장에서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밝혔다. 계엄의 불법성, 위헌성에 대한 언급 없이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적 국회 운영 때문에 계엄을 했다고 주장한 윤 전 대통령의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12·3 계엄 선포 담화문에서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민주당 때문에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 했다. 또 계엄에 실패한 뒤인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문에서도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장 대표는 계엄에 이은 탄핵에 대해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면서도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동안 당내에선 장 대표에게 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으로 분열한 데 대한 ‘책임 통감’에 방점을 찍은 것.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 파면 원인을 계파 간 갈등에서 찾고, 윤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한동훈 전 대표에게 사실상 책임을 돌린 셈이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은 혁신의 형식화를 거부한다”며 당 안팎의 혁신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대신 “(이재명 정권은) 더 강력한 독재를 위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짓밟는 반헌법적 악법들을 강행할 것”이라며 “이재명 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강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윤 전 대통령도 이날 변호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국민을 짓밟는 정권에 ‘레드카드’를 함께 꺼내 달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장외집회에서 “이재명 정권을 향해 국민의 레드카드를 들어달라”며 ‘레드 스피커’를 자처한 장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 당내 “尹 계엄날 떠올리게 해”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계엄 1년 성찰과 반성’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날 이성권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도부와 별개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등의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계엄 1년 성찰과 반성’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날 이성권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도부와 별개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등의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장 대표의 메시지가 나오자 당내에선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장 대표가 강경보수에 소구하는 메시지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당과 민심의 괴리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산·경남(PK) 지역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발표가 생각날 정도의 잘못된 메시지였다”며 “강성 당원들만으로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 대구·경북(TK) 지역 의원은 “장 대표의 메시지만으로는 보수도 통합할 수 없다”며 “아프더라도 털 건 털어야 국민들이 우리를 쳐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지층 결집에 초점을 맞추는 당 지도부와 외연 확장을 주장하는 소장그룹 및 현역 광역단체장들의 요구가 부딪치며 당내 노선 투쟁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도 “국민에게 정말 잘못된 일이고 미안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를 피부로 느끼는 광역단체장들이 이 같은 지도부 노선이 계속되면 공개 반발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장동혁#12·3 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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