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자금 청산 공포 커지며
美-獨 채권 금리 뛰고 주가 약세
日-中 10년만기 국채금리 첫 역전
“亞 국채 시장 재편될 것” 전망도
일본 중앙은행이 이번 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자 글로벌 금융 시장이 휘청했다. 일본의 금리가 낮아 해외에 투자했던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회수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채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중국 국채보다 높아지자 아시아 국채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日 10년 만기 국채 금리, 2008년 이후 최고치
2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이달 18, 19일에 열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가 1일 한 강연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낮아지고 있고 기업의 수익도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올해 최저 임금도 역대 최고로 오르는 등 임금 인상도 확산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여부를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준금리를 0.5%로 올렸던 올해 1월에도 히미노 료조(氷見野良三) 일본은행 부총재가 회의 직전 금리 인상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시장에서는 우에다 총재 역시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보도했다.
신중한 편인 우에다 총재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표면적 이유는 물가 상승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 안팎에 이른다.
국채 금리가 하락 중인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을 일본으로 유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중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보다 높아졌다.
우에다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시사하자 1일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7%포인트 오른 1.87%로 2008년 이후 최고치가 됐다. 같은 날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82%였다. 일본 채권의 매력도가 높아져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일본으로 흐르면서 아시아 채권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 이미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국채 보유액은 올해 2분기(4∼6월)에 2022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키 덴 SMBC 닛코 증권의 금리 전략가는 최근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중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하는 자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 고조되는 엔 캐리 자금 청산 가능성
일본의 기준금리 상승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이 과거엔 엔화를 저리에 빌려 고수익 해외자산에 투자했지만 이젠 이 자금을 빼 일본으로 돌아가기 쉬운 환경이 됐다.
이런 우려로 1일(현지 시간) 미국 10년물 국채의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74%포인트 오른 4.088%, 독일 10년물 국채는 0.0602%포인트 오른 2.749%를 나타냈다. 미국과 독일 국채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해당 채권 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금리가 오른 셈이다. 같은 날 미국 증시의 3대 지수도 약세였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수요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일본 외 주요국의 국채 금리도 상승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파가 미미할 수도 있다”며 “일본으로 투자가 몰리면 엔화가 강세여야 하는데 약세인 점이 그 방증”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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