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타자’ 이승엽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의 아버지인 이춘광 씨가 2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이 씨는 겸손한 선수로 유명했던 이승엽에게 ‘자만하지 말라’며 몸소 겸손의 미덕을 가르친 인물이다. 이승엽은 선수 시설 홈런을 친 뒤 고개를 숙인 채 빨리 베이스를 돈다거나 겸손한 멘트로 찬사를 받았다.
이 씨는 아들의 결정을 존중하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이 씨는 2011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승엽이가 초등학교 때 너무나 강경하게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1982년 프로야구가 탄생한 뒤에 야구 선수들이 각광 받았지만 사실 야구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어 처음에는 반대했다. 그런데 그 어린 나이에 ‘절대로 아버지 어머니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는 말을 해 야구 안 시키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 씨는 이승엽이 선수 시절 애잔한 부정(父情)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 씨는 2008년 일본 요미우리에서 2군 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시련이 와도 너는 항상 이겨냈다”며 “나는 너를 믿는다”고 했다. 이승엽은 아버지에 대해 “아버지가 묵묵히 저를 지켜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며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아버지를 보며 ‘더 잘해 드려야지’ 다짐하곤 한다”고 했다.
이 씨는 “다시 태어나도 야구선수 아버지로 살고 싶다”고 했다. 이 씨는 생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야구를 한 뒤에 성공하지 못한 아들을 둔 부모들에겐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면서도 “젊었을 때 ‘평생 내 이름이 신문에 한 번 나는 날이 올까’ 생각했는데, 지금도 이렇게 언론사 기자하고 인터뷰를 하고 있지 않느냐. 야구선수 아버지는 아들 따라 사는 인생이지만 이만하면 다시 태어나도 야구선수 아버지로 살아갈 만하다”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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