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동물보호… WWF 달력에 작품 기부”

  • 동아일보

고상우 디지털 회화-사진 작가
기후변화로 위기 처한 동물에 관심… WWF에 작품 사용권 기부 달력 제작
“멸종위기동물 관심 강요 원치 않아… 작품 아름답다 생각땐 변화 생길것”

고상우 작가가 세계자연기금(WWF)과 함께 작업한 2026년 달력을 들어 보였다. WWF는 이 달력으로 얻은 후원금을 전액 멸종위기 동물 보호 활동에 사용한다. WWF 제공
고상우 작가가 세계자연기금(WWF)과 함께 작업한 2026년 달력을 들어 보였다. WWF는 이 달력으로 얻은 후원금을 전액 멸종위기 동물 보호 활동에 사용한다. WWF 제공
“가을이면 은행에서 고액을 제시하며 달력 제작을 많이 의뢰해 오지만 거절했습니다. 그 대신 세계자연기금(WWF)에 작품 사용권을 기부하고 후원자들께 보내 드릴 달력을 만들기로 했죠.”

디지털 회화와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멸종위기 동물,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담아 온 고상우 작가(47) 작품이 내년 WWF 달력에 실린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하는 작품 1점을 포함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담은 작품 14점을 선별했다.

서울 종로구 한국WWF에서 19일 만난 고 작가는 미국 시카고예술학교를 졸업한 뒤 자화상과 초상화로 이름을 알렸다. 국내에서는 푸른 털의 호랑이가 강렬한 시선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작품 ‘운명’으로 유명하다.

그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직접 촬영한 뒤 음영과 색이 반전되는 네거티브 사진에 디지털 페인팅 기법으로 세밀하게 채색해 작품을 완성한다.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해외에서는 가수 마돈나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가 고 작가의 작품을 소장했다.

“어릴 때부터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등 동물에 대한 애정이 있었어요. 2013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보고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위한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 작가는 다큐멘터리나 연구 자료, 뉴스에서 주로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싶은 동물이 있는 곳이라면 해외 오지까지 직접 찾아간다. 2019년 호주 산불로 코알라 수백 마리가 사망하자 코알라를 작품에 담기 위해 직접 피해 지역을 찾아갔다. 최근에는 백령도를 세 차례 찾은 끝에 물범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고 작가는 “만나서 동물이 눈을 10초 이상 마주쳐 주기를 기다린다. 동물이 사람을 피하면 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과의 눈 맞춤이 ‘나를 그려도 된다’는 동물의 허락을 받는 과정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 작가의 작품을 보면 심연을 꿰뚫는 듯한 동물의 시선에 순식간에 압도된다. 그는 “눈을 가장 신경 써서 그린다”며 “작품 속 동물과, 동물을 감상하는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관심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주신다면 자발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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