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열관리 외길’… 에너지 전환기에 날개 달았다

  • 동아일보

㈜지텍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지텍 본사 전경.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지텍 본사 전경.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수소발전,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 차세대 산업의 핵심 과제로 ‘열관리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배터리 과열은 화재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도체 공정의 온도 편차는 수율 저하로 직결된다.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가 확대될수록 정밀한 쿨링 시스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백형범 지텍 대표. ㈜지텍 제공
백형범 지텍 대표. ㈜지텍 제공
㈜지텍은 1981년 창립 이후 발전기용 라디에이터로 시작해 현재 수소발전, 모빌리티, 데이터센터까지 광범위한 열관리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굴삭기, 지게차, 농업용 장비 등 극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장비의 열을 제어하며 축적한 내구성과 열교환 효율 노하우가 핵심 자산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플랜트 설비용 쿨링 모듈로 사업을 확장하며 미국 가스발전 플랜트에 제품을 공급했다. 연간 500만 달러(약 73억 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한 지텍은 내년 1000만 달러를 목표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텍의 변화를 이끈 인물은 3년 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35년 근무를 마치고 전문경영인으로 합류한 백형범 대표다. 그는 “부임 후 품질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개선 활동을 해왔으며 최대 고객사인 H사에 최종 개선품을 납품한 이후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부임 직후 생산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을 30% 이상 높이고 1500여 개 생산 품종을 200여 개로 공용화·단순화했다. “자체 설계와 생산 능력이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그는 열 컨트롤 관련 제품이라면 설계부터 생산까지 가능한 기술 독립성을 강조한다.

이 같은 역량으로 지텍은 ‘토털 쿨링 솔루션’이라는 비전 아래 미래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산형 연료전지(PAFC) 쿨링 모듈 양산에 이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용 고온 냉각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의 정밀 온도 제어로 화재 위험 감소와 수명 극대화에 기여한다. 건물 및 산업용 에너지 효율 규제 강화에 따라 냉난방 공조(HVAC) 시장에서도 큰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배터리팩 냉각 시스템을 개발·양산하고 있으며 핵심 부품 공급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반도체 제조 장비용 쿨링 모듈도 공급하며 미세 공정 안정화에 기여한다. 국내 주요 플랫폼·통신·게임 기업 데이터센터에는 비상 발전 쿨링 모듈과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시스템을 제공하며 24시간 안정적 운영을 뒷받침한다. 스마트팜 환경 제어 시스템에도 지텍의 쿨링 기술이 활용된다.

지텍은 단순 제조를 넘어 엔지니어링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핵심 부품 설계부터 시스템 통합, 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수직적 통합 역량으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신속하게 개발한다. 신규 사업 분야 특허 확보로 미래 시장의 기술적 진입장벽도 높이고 있다.

현재 연구개발 전담 부서를 별도 운영하며 전체 사무직의 30% 이상을 연구 인력으로 구성해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는 물론 미래 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산 현장 역시 ‘불량 제로’라는 슬로건 아래 ‘불량품이 내 공정을 절대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는 품질 제일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백 대표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제안했다. “노동집약적산업과 지역 고용 창출 기업에는 종업원 수나 매출과 무관하게 저리 대출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획일적인 주 52시간 규제는 현장과 맞지 않아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이 있는 곳에 열이 있고, 열이 있는 모든 곳에 지텍이 있다.” 백 대표가 추구하는 경영 전략은 100년 기업을 향한 청사진이다.

40여 년간 열관리 외길로 쌓은 기술력이 이제 에너지 대전환기의 핵심 인프라를 떠받치는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온 지텍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100년 기업을 향해#기업#㈜지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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