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효과 큰 우주로, 의료관광 시대 올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4일 03시 00분


우주서 ‘미니 심장’ 만드는 박찬흠 교수
누리호에 탑재할 바이오 장비 개발
고도 600㎞ 미세중력 상태서 실험
“우주의학 시작단계… 선점이 중요”

박찬흠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교수가 강원 춘천시 병원 내 실험실에서 우주 바이오 실험 장비인 ‘바이오캐비닛’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림대 제공
박찬흠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교수가 강원 춘천시 병원 내 실험실에서 우주 바이오 실험 장비인 ‘바이오캐비닛’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림대 제공
“제가 처음 우주의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다 미쳤다고 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발사체도 없는 나라에서 무슨 우주의학이냐며, 북한보다도 우주 기술에 뒤처진 나라가 아니냐고 했었죠.”

이달 27일로 예정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에 탑재되는 우주 바이오 실험 장비 ‘바이오캐비닛’을 개발한 박찬흠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연구를 시작하던 10여 년 전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이제는 누리호도 개발되고 우주의학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며 “향후 우주 산업의 큰 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가 개발한 바이오캐비닛은 3D 바이오프린터와 세포 배양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장치다. 누리호 4차 발사의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 실려 고도 600km에서 60일간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심장 줄기세포와 혈관 세포가 미세중력 상태에서 자라면서 작은 ‘미니 심장’(심장 오가노이드)이 만들어지게 될 예정으로, 그 과정을 관찰하고 방사선 노출이 큰 우주 환경에서 심장의 기능 변화 등을 관측하는 게 이번 실험의 목적이다.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은 의학 연구를 하는 데 큰 이점을 가진다.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세포들이 아래로 가라앉아 오가노이드를 포함한 다양한 세포 실험에 한계가 있다. 박 교수 역시 이런 한계점을 느껴 우주의학 연구에 발을 디디게 됐다. 박 교수는 “10여 년간 연구를 해왔지만 아직도 이 분야는 시작 단계”라며 “한국이 집중 투자하기에 늦지 않은 시기로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2027년 우주 환경에서 암 세포의 성장과 전이 메커니즘을 관찰하기 위해 ‘바이오렉스’라는 우주 실험 위성도 발사할 계획이다. 박 교수팀은 바이오렉스에서 악성 뇌종양(교모세포종) 세포를 3차원 배양하고 항암제를 투여해 효과를 알아볼 계획이다. 이 위성은 9개월간 지구 궤도를 돌면서 실험한 뒤 교모세포종 조직이 든 캡슐을 지구로 다시 보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개발(R&D) 과제로 진행 중이며, 우주에서 실험한 결과물을 지구로 다시 귀환시키는 국내 최초의 시도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2023년 7억70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였던 우주의학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16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박 교수는 시장이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여러 연구에서 암이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공격성이 떨어지고 항암 효과도 커진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지구에서 치료가 어려운 암종이 우주에서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우주 의료 관광’으로까지 산업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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