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62억-하나 536억 등 부담
3개 정책금융기관 포함땐 85%
대부업계 “채권관리로 명칭 변경을”
채권 매입가율 놓고 정부와 힘싸움
이재명 정부가 장기 연체자 빚 탕감을 위해 마련한 배드뱅크인 ‘새도약기금’에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부담 비율이 70%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새도약기금이 사들일 채권을 절반 이상 보유한 대부업체들은 오히려 미온적인 분위기다. 이들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대부’ 명칭을 ‘채권관리’ 등으로 변경해 달라는 등 여러 요구를 하며 기금 분담을 두고 당국과 팽팽한 힘 겨루기를 하는 분위기다.
● 시중은행-정책금융, 재원의 85% 부담
23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연합회를 통해 받은 ‘은행권 새도약기금 분담 기준 및 은행별 분담액’에 따르면 배드뱅크 전체 출연금 3600억 원 중 KB국민은행이 562억13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535억9600만 원), 신한은행(497억1600만 원)이 그 다음으로 많이 기여했다. 우리은행(496억3600만 원), IBK기업은행(377억4900만 원), NH농협은행(290억700만 원), 한국산업은행(215억5500만 원), 한국수출입은행(91억50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배드뱅크에 참여하는 전체 20개 은행 중 5대 은행의 부담 비율은 66.2%였다. 정책 금융기관인 기은·산은·수은을 포함하면 8개 은행의 부담 비율은 85.2%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별로 매각 대상 보유채권의 매각 대금을 먼저 분담하고, 나머지 출연금은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분담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이사회에서 의결했고, 이튿날 의사록을 은행들에 배포했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의사록 등을 토대로 각각 이사회를 거친 뒤 연내 자금을 출연한다는 방침이다.
● 대부업 “채권관리업으로 명칭 바꿔 달라”
정작 배드뱅크가 사들일 채권을 금융권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대부업체들은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다. 이들은 정부가 너무 저렴한 가격에 채권을 사들이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업체 연체 채권의 평균 매입 가율은 25%인데 정부가 제시한 비율은 약 5%로 크게 낮은 수준이다. 매입가율은 채권 매입가액을 채권가액으로 나눈 수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따르면 대부업권이 보유한 새도약기금의 매입 채권(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은 전체 매입 채권의 절반이 넘는 약 6조7000억 원이다. ‘대부업체의 채권 매각 없이는 배드뱅크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부업체들은 여러 요구 사항이 관철돼야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계는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발생한 연체 채권도 매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차주의 원활한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매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우수 추심회사가 은행권에서 저금리에 차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도 요청하고 있다. ‘대부업’이라는 명칭을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관리업’ 또는 ‘자산관리업’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 당국도 대부업체의 부실채권 매각 독려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계의 부실채권 매각을 유도하기 위해 어느 선까지 건의 사항을 받아들여 줄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장기 연체채권의 소각·조정 과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신용정보법 개정안 상정 등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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