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비비비의 게임 ‘모노웨이브’는 정식 발매 이전부터 팬 커뮤니티 구축에 성공하며 팬덤과의 소통으로 게임을 개선해 나간다. 스튜디오비비비 제공
2023년 국내 콘텐츠 지식재산(IP) 산업 규모는 약 33조 원에 달한다.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덕에 2024, 2025년에는 집계 규모가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IP 산업은 원천 IP를 2차 콘텐츠나 상품으로 재창작해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며 ‘슈퍼 IP’의 낙수효과를 누리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미 시장이 레드오션이라 차별성과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IP 사업의 확실한 성공 공식은 이미 흥행한 IP를 재창작하는 것이다. 웹툰 제작사 토마토스튜디오는 8575만 조회수에 달하는 웹소설 ‘망나니 PD 아이돌로 살아남기’를 웹툰으로 제작해 이모티콘, 단행본 등으로 확장을 꾀한다. 판타지 로맨스가 장악한 업계에 ‘아이돌물’을 선보이며 신선함을 더했고, 패션 업계에서 활동한 디자이너 출신 작가가 무대 의상을 그리며 디테일을 챙겼다. 허준규 토마토스튜디오 대표는 “웹툰이 흥행하면서 카카오톡 이모티콘 출시, 더현대 팝업스토어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일본인 PD를 영입해 국내보다 2배 이상 큰 일본 웹툰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 콘텐츠의 플랫폼을 구축해 IP의 구심점을 마련하는 전략도 있다. 버추얼 스트리머 MCN(다중채널네트워크) 브이레코드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해 캐릭터 IP를 개발한다. 버추얼 스트리밍은 실제 인물의 표정, 움직임 등을 추적하는 가상의 캐릭터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이다. 브이레코드는 크리에이터에게 캐릭터 모델링, 방송 장비 등을 지원해 캐릭터 IP를 확보하고 보이스 드라마, 음원 등을 선보여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올해 10월에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 ‘뮤(MEU)’를 공개했다. 박광근 대표는 “일본에서 시작한 버추얼 문화를 한국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법을 고민했다”며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K팝으로 ‘K버추얼’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릿툰은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숏툰(숏폼 웹툰)의 작가와 독자, 광고주를 연결한다. 광고 업계에서 일하던 박햇님 릿툰 대표는 숏툰을 통한 광고 니즈가 커지는 데 비해 팔로어 수, 콘셉트 등 광고주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작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작가들 역시 콘텐츠를 수익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릿툰은 21일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며 작가 100명의 작품을 공개했다. 박 대표는 “상위 랭킹 작가에게 ‘릿툰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커머스 기능을 도입해 관련 굿즈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콘텐츠 출시 전부터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초기부터 충성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스튜디오비비비는 감정이 사라진 세상에서 감정의 소중함을 되찾는 게임 ‘모노웨이브’를 개발하고 있다. 정식 발매 전이지만 24차례에 걸친 국내외 쇼케이스에서 데모를 공개했고 각종 인디게임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 결과 X, 디스코드 등에서 팬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올해 6∼7월 텀블벅에서 열린 크라우드펀딩에서는 모금 목표를 336% 달성했다. 게임이 어렵다는 피드백에 힌트를 추가해 난이도를 조정하는 등 개발진은 커뮤니티 의견을 적극 반응한다. 임권영 스튜디오비비비 대표는 “팬들은 소통으로 게임이 개선되는 모습에 만족을 느낀다”며 “모노웨이브 굿즈, 동화책을 출시해 팬덤에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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